와이프가 나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잦은 저녁자리다. 직업 특성상 저녁자리가 적지 않다. 그래도 나이도 있고, 와이프의 눈치에 일주일에 최대 3일만 하려고 한다.
저녁자리를 하고 집에 오면 설거지나 빨래, 분리수거 등 남은 집안일은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그리고 저녁자리를 하지 않고 집에 오는 날엔 딸 아이의 교육도 같이 봐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프의 입장에선 서운한 게 많은 모양이다. 특히 이런 서운함은 자신이 아팠을 때 최고조에 이른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저녁자리를 하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몸이 안 좋다고 조금 일찍 오라고. 내가 혼자 가는 자리면 당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지만, 이날은 본부장과 부장이 함께 하는 자리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1차 자리가 2차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술까지 어느정도 취해 집에 들어갔다.
와이프는 늦게 들어온데다 술까지 취한 나를 보며 화를 내다 이내 서운함에 울음을 보였다. "으뜸이가 아프면 바로 오면서 난 119 타야 올거지?"라고 말하는 와이프. 이런 와이프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내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치를 보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출근을 하는데, 와이프의 폭풍 카톡이 날라왔다. 술을 많이 마셔 힘든 상황에서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날은 일찍 들어가 집안일을 하고 딸 아이의 숙제도 봐줬다.
저녁자리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게 내가 일하는 곳 상사들의 생각이다. 술이 들어가면서 친해지고, 이 과정에서 기사 거리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윗분들을 모시고 가는 자리라 불편함이 큰데, 와이프는 이런 나를 이해하질 못한다. 밖에서 잘한다고 그들이 나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매번 저녁자리를 가면서도 죄인이 되는 느낌. 미안함에 와이프가 가려는 저녁자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일정을 변경한다. 회식이 잡히거나 친한 지인을 만난다고 말하면 내가 잡은 일정은 최대한 양해를 구하며 뒤로 미룬다. 와이프가 저녁일정을 가면 딸 아이의 숙제 등 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나 카톡도 안 한다.
친한 기자들이나 홍보분들은 이런 나를 보며 대단하다고 말한다. 자신들은 늦게 집에 가면 잠 자기 바쁜데, 나는 그 늦은 시간에도 집안일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와이프와의 업무 분담에 와이프의 서운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가정의 평화(?)가 온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지만, 양쪽 다 잘하기가 쉽지 않다. 결혼한지 이제 10년이 되가는데 여전히 난 결혼생활이 어렵다.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괜찮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