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인 나와 단둘이 있을 때면 딸 아이는 항상 내 핸드폰을 원한다. 외할머니와 엄마는 딸 아이에게 핸드폰을 주지 않는데, 딸 아이는 이런 둘을 잘 알기에 조르지 않는다. 다만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는 다르다.
"아빠 핸드폰~" 주세요라는 말도 아니고 그냥 핸드폰을 찾은 딸 아이. 집에 단 둘이 있을 때나 학원을 가는 차 안에서 항상 핸드폰을 원한다.
와이프는 딸 아이가 핸드폰 중독이라고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만, 딸 아이의 애원에 항상 넘어가는 나. 핸드폰으로 하는 게임과 유튜브가 재미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시간을 정해 보여주곤 한다. 다만 문자나 카카오톡의 경우 누구한테 오는지만 말해달라는 조건을 붙여서...
그렇게 딸 아이에게 핸드폰을 준 후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카카오톡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고 물으니 "000 사장님이 감사하대"라고 답해주는 딸 아이. 연말 새해 인사에 대한 답이 온 것이다.
연이어 이런 톡이 오니 딸 아이는 궁금했는지 나에게 "아빠가 멀 해줬길래 다들 감사하대?"라고 물었다. 연말 새해 인사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답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인사를 했길래 카톡이 계속 와?"라고 되물었다. 이런 딸 아이의 물음에 "3천명 좀 안 되게 인사한 것 같은데?"라고 답하자 "아빠는 친구가 많아서 좋겠네"라고 말하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연락처에 저장돼 있는 숫자만 3천명이 넘는다. 물론 이 가운데 업무 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의상 연말이나 명절에 안부 정도 묻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딸 아이는 아빠한테 연락이 많이 오는 게 신기한 눈치다. 그러면서 부럽다는 표현을 자주하곤 했다. 자기는 핸드폰에 저장돼 있는 친구가 많지 않고, 연락도 아빠만큼 자주 안 온다고...
울딸~ 연락이 많이 온 다고 꼭 좋은 건 아냐. 정말 친한 사람이랑 연락하는 게 좋은거지. 아빠처럼 일로 연락하는건 그렇게 즐거운게 아니거든. 그리고 친구 좋아하는 울딸이 너무 친구 연락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족이랑 정말 친한 친구 몇 명만 있으면 충분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