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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구니 Sep 02.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박 과장 아니고 박 팀장이야"

올해 초 과장으로 승진한 와이프. 평일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전화를 할 때면 기존에 '자기' 대신 '박 과장'으로 불러주곤 한다. 어렵게 승진한 와이프를 축하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박 과장이라고 불러주는데, 어느날 "이젠 박 팀장이라고 불러줘"라고 말하는 와이프. 팀장 달았냐고 물으니 자신이 맡고 있는 파트에서 팀장직을 수행하게 됐다고 말해줬다. 


직급이 더 올라간 만큼, 월급도 더 늘어난 것이냐고 묻는 나의 말에 와이프는 "그런건 없지. 팀장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하는거야"라고 말해줬다.


과장에서 팀장으로 직급이 올라가면서 와이프는 더욱 일이 많아졌다. 가뜩이나 은행의 지점이 줄어들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마저 희망퇴직으로 빠져 인원이 부족한데, 이제 갓 입사한 신입직원까지 자신이 담당하면서 업무 강도가 더 올라간 것이다. 


승진 초반의 기쁨은 잠시고, 지금은 힘들다는 입에 달고 사는 와이프. 회사에서 녹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능력이 부족한 남편을 만나 고생하는 게 보이니... 


결국 집안일이나 딸 아이 숙제 봐주기 등 소소한 일이라도 내가 담당하는 것만이 와이프의 짐을 덜어주는 일인데, 나 역시 일에 치여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울대장~ 직급 올라갔는데 더 힘들어 하는 게 보여서 마음이 좀 그렇네. 그래도 회사 관둔다는 말 안하고 울딸도 잘 케어하는 모습 보면서 내가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 가끔 정리 문제로 말을 심하게 하는 것도 잘 고쳐볼게.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힘내 울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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