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어느 평일. 하루 연차를 쓴 관계로 딸 아이의 방학 중 하루를 맡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딸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인 후 세면을 시켰다.
그런 뒤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은 후 집을 나섰다. 이날은 딸 아이가 친구들과 만나서 영어책 읽는 학원인 '와이즈리더'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장모님이 봐주시는 날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중간지점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온 관계로 딸 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내 친구 한명이 도착했다. 친구가 오자마자 "아빠는 이제 가. 따라오지 마"라고 말하는 딸 아이.
알았다고 말하고 학원을 향하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어느 정도 시야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라갔다. 딸 아이에게 걸릴까봐 일부러 조금 돌아 학원 근처에서 딸 아이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이내 딸 아이와 친구가 학원 건물에 다다랐고, 1층 입구를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딸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주하는 말 중 하나가 "아빠 따라오지 마"다. 친구들과 학원을 가거나 놀이터에 갈 때면 자기들끼리 가겠다는 의사를 저렇게 표시한다.
1, 2학년 저학년 때는 그래도 아빠랑 같이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3학년이 되고나선 저 말을 종종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인 나를 찾는 경우도 여전히 있다. 간식이나 장남감을 원할 때는 엄마보단 나를 더 찾는다. 엄마는 자기가 해달라는 것을 안 해주지만, 아빠인 나는 왠만하면 들어주는 것을 알기에...
서운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커가면서 부모님보단 친구들과 어울리길 더 좋아했으니... 다만 딸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는지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것을 느낀다.
종종 인생의 선배들과 만나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아이가 아빠인 나를 너무 자주 찾아 가끔은 힘들다고 토로하면, 그때가 좋은 시절이라고 말해준다. 중학교 아이가 있는 자신들은 집에서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며, 힘들어도 그때를 기분 좋게 잘 넘기라고...
내 몸이 힘들어 딸 아이가 빨리 컸으면 하는 바램과 아직은 애기인 지금처럼 더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상충하는 시기. 그래도 이왕이면 딸아이가 조금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부족한 아빠라 다른 아빠들처럼 할 수 있을 때까진 말이다.
울딸~ 이젠 아빠보단 친구들을 더 찾는 모습을 보면서 울딸이 정말 많이 컸다고 생각해. 아직 아빠 눈엔 애기인데 언제 이렇게 컸대. 아빠가 힘들어도 더 많이 놀아줄게. 그러니까 너무 빨리 크지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