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어느 일요일. 다른 일요일과 달리 일찍 일어난 딸 아이 덕분에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칠 수 있었다.
오전에 특별한 일정이 없어 오랜만에 집에서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뉴스를 보는 도중에 날씨 중계가 나왔고, 맑고 포근한 봄날이 이어진다는 뉴스캐스터의 말에 나도 모르게 "나가서 인라인 타면 괜찮겠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문제는 이 말을 바로 옆에 있던 딸 아이가 들은 것. 아빠의 말에 화색이 돈 딸 아이는 엄마한테 옷을 달라며 외출할 채비에 나섰다.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쉬고 싶은 나는 "아빠가 그냥 혼자 말 한거야. 집에서 쉬자"라고 애원했지만, 딸 아이는 "나간다면서 나가자"라고 떼를 썼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와이프 역시 "해준다고 말했으면 해줘"라며 딸 아의 편을 들어줬다.
결국 말 한 마디 잘못해 원하지 않았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나가게 됐다. 딸 아이의 인라인 가방까지 두 개를 메고 집 근처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향했다.
인라인스케이트장 한쪽에 마련된 벤치에 가방을 풀고 딸 아이의 발에 인라인스케이트를, 무릎과 팔꿈치에 보호장비를 착용시켰다. 그런 뒤 나 역시 인라인스케이트를 착용한 후 트랙으로 나섰다.
먼저 트랙에 들어간 딸 아이는 본격적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몇 번은 넘어질 뻔도 했지만 이내 적응을 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딸 아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잠시 멈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아빠, 사진 그만 찍고 같이 타자"라고 말한 딸 아이.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딸 아이와 신나게 트랙을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 잠시 나와 벤치에서 물을 마시는 등 쉬는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보냈다.
한 40분 가량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딸 아이는 "아빠 힘들어 그만 탈래"라고 말하며 트랙 밖 벤치로 향했다. 언제 또 타러 올지 몰라 "아직 시간 많아. 타고 싶은 만큼 타고 가자"라고 말했지만, 딸 아이는 "여기까지만 할래"라고 말하며 인라인스케이트를 벗었다.
이렇게 한번의 말 실수로 벌어진 인라인스케이트 타기가 마무리됐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딸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 나름 의미있었던 시간이었다.
울딸~ 아빠랑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즐거운 시간 보냈는지 모르겠네. 아빠는 오랜만에 울딸이랑 시간 보내서 너무 좋았어. 힘은 좀 들었지만... 다음에도 주말에 시간 나면 아빠랑 인라인스케이트 타러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