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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스키는 내년에 타러 가자"

by 피구니

당초 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해 겨울엔 스키를 배우게 할 생각이었다. 운동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습득이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수록 겁이 없는 만큼, 스피드가 붙는 스키의 경우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배우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와이프 역시 나의 의견에 동의했고, 겨울 시즌에 맞춰 스키 캠프를 알아봤다. 맞벌이라 주말에만 스키를 배울 수 있는데, 주말만 가능한 수업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하루 4시간 수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스키를 배우더라도 연일 계속 타야 실력이 느는 만큼, 이런 수업은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와이프 역시 돈만 쓰고 실력은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올해는 썰매를 타고 내년에 스키를 제대로 가르치자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딸 아이에게 설명했고, 딸 아이는 이해한다며 대신 썰매를 타러 가자고 졸랐다. 와이프와 같이 알아본 뒤 주말 대명비발디파크를 예약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대명비발디파크로 향했다. 일찍 나온 탓에 길은 밀리지 않았고, 한 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서둘러 주차를 한 후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스노위랜드로 가기 위해 곤돌라를 타러 갔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데, 아래쪽에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였다.


내년엔 딸 아이와 와이프, 나 이렇게 세 식구가 같이 스키를 타는 것을 기대하며 곤돌라에서 내렸다.


스노위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프는 나에게 달려가 스노위 카바나를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오두막집 형태로 돼 있는 스노위 카바나는 밖에서 놀다가 잠시 쉬거나 다른 사람과 떨어져 음식을 먹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가족만의 쉼터다. 가격은 하루 7만원으로 다소 사악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다른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게 싫은 와이프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신청을 했다. 뛰어갔길 망정이지 내가 마지막 스노위 카바나 신청자로, 내 뒤로 온 가족들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스노위 카바나에 가방 등 짐을 넣은 후 레이싱 썰매를 타러 갔다. 아래 코스에선 혼자 탈 수 있지만, 높은 코스에선 두명이 같이 타야 하는데, 딸 아이는 겁도 없이 높은 코스로 올라갔다. 겁이 많은 와이프는 나한테 딸 아이를 맡겼고, 나는 이런 딸 아이와 레이싱 썰매를 10번 가까이 탔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레프팅 썰매. 가장 인기가 많은 썰매로 한 번 타는 데 무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기다린 시간 대비 썰매를 타는 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냥 썰매에 비해 속도감이 소위 넘사벽이였다.


이렇게 두 종류의 썰매를 탄 후 라면과 떡볶이, 치킨 등을 스노위 카바나에서 먹었다.


배불리 먹은 후 잠시 잠을 잔 뒤 다시 나와 딸 아이와 눈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집에서 가져온 오리, 펭귄, 하트 등의 틀로 눈인형을 만들고, 다른 아이들이 가져온 틀도 빌려 만들기도 했다. 가끔 다른 어린 아이들이 다가와 구경을 하고 만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딸 아이는 착하게도 동생들에게 눈인형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스노위랜드에서의 시간을 보낸 후 리조트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짐을 둔 후 다시 리조트 내 놀이기구 타는 곳으로 갔다. 저녁을 간단히 먹은 후 범퍼카 등을 타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블록 체험도 했다. 이렇게 대명비발디파크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신나게 놀았는지 딸 아이는 바닥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고, 와이프와 나 역시도 씻은 후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7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미리 집에서 준비한 즉석 음식을 들고 지하 편의점으로 갔다. 미역국과 햇반 등을 전자렌지에 돌리기 위해서다. 이미 내가 갔을 땐 다른 아빠들이 전자렌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줄을 선 후 내 차례가 돼 즉석 음식을 데핀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김치와 물 등을 꺼낸 후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 간단히 씻은 후 짐을 정리했고, 체크아웃 시간인 11시가 다 돼 방을 나왔다. 와이프와 딸 아이는 체크아웃을 하러, 난 주차장에 짐을 실으러 갔다. 짐을 다 실은 후 와이프와 딸 아이가 있는 로비로 갔고, 건물 밖으로 나와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집으로 가기 위해 차로 향했다.


스키 대신 눈썰매와 눈인형을 원없이 만들었던 우리 가족.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 즐거웠던 가족여행이었다. 다만 내년엔 세 식구 모두 스키를 타며 겨울을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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