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따오 날씨, 맑음. 함께라 더 맑음!

두 가족 태국 여행 이야기

by 피자치킨피치


태국 말로 꼬는 섬, 따오는 거북이를 뜻한다. 꼬따오(Koh Tao)는 우리말로 거북이섬이다. 섬 이름이 그렇게 된 이유는 섬 모양이 거북이를 닮아서라는 말도 있고 섬에 거북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섬을 상징하는 동물이 거북이라 이곳의 온갖 조형물과 기념품에서 거북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야 가족 여행으로 왔지만 사실 가족 단위 여행객보다는 다이빙을 즐기러 친구들과 삼삼오오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름다운 수중 환경 때문에 초심자, 숙련자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 성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젯밤 방콕에서 7시간 동안 야간 버스를 타고 춤폰으로 이동했고, 다시 춤폰 항구에서 배로 한 시간 반을 달려 꼬따오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버스에서 깊이 자지 못해 몽롱했는데 시원하게 달리는 배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쾌해졌다.


원래는 어젯밤 야간 버스를 탈 때부터 친구네 가족과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동선이 꼬여서 서로 다른 버스, 서로 다른 배를 타게 되었다. 서로 같은 버스를 예약한 줄 알았는데 버스 회사만 같았지 출발지가 달랐던 것이다. 친구네는 카오산에서, 우리는 빈까오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오매불망 친구 만나기만을 기다렸던 피치는 오는 내내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친구와의 만남이 어젯밤 버스에서 오늘 새벽 춤폰 항구로, 다시 꼬따오 항구로, 또다시 리조트로 자꾸만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꼬따오 첫 번째 숙소인 블루 다이아몬드 리조트에 먼저 도착한 것은 우리였다. 이곳은 항구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인데 식당이나 카페, 상점 등의 편의 시설 접근성이 아주 좋았다. 그뿐인가,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저 멀리 사이리비치까지 펼쳐져 있고, 반대쪽으로 조금만 수영해서 나가면 큼직한 바위 사이로 노니는 온갖 물고기를 볼 수 있었다. 딱히 누가 키우는 것 같지 않던 고양이는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 아래에서 단잠을 즐기고, 목줄 없이 자유로운 개들은 해변을 뛰놀다 바다에도 서슴없이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송아지만 한 개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모습에 살짝 겁이 났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 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드디어 친구네 가족이 리조트에 도착했다. 서로를 애타게 찾던 피치와 친구는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만남에 두 손을 꼭 잡고 행복해했다. 두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시작이다. 먼저 아침 식사 장소를 물색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절실했는데 꼬따오엔 그런 식당은 없었다. 대신 그런대로 상쾌한 바다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해변가 식당을 찾았다. 더위는 피했지만 위생과 맛 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세상에,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팟타이 아닌가. 살다 살다 핑크빛 색감의 팟타이는 처음 봤다. 딱히 상한 것 같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식감과 맛이 어색했다. 설상가상으로 소통도 잘 되지 않았다. 분명 똠얌 국물을 주문했는데 나온 것은 뽀얀 쌀국수였다. 주문에 오류가 있었음을 어필했으나 사장님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막무가내 소통에 그냥 주는 대로 먹기로 했다. 그래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정겨운 꽃무늬 잔에 따라 마신 아침 맥주 한 잔에 불만은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오늘은 물놀이의 날이다. 먼저 더위를 참을 수 없었던 아빠와 아이들이 리조트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마침 수영장에 공이 떠 있어서 주거니 받거니 놀이를 신나게 즐겼다. 해가 중천에 떠 수영장 위에 두텁게 드리웠던 건물 그늘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누구 하나 나가자는 말 없이 계속 놀았을지도 모른다. 각자 싸왔던 컵라면과 맥주로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아, 대신했다는 단어를 쓰기엔 너무 맛있고 푸짐하긴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는 리조트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겼다. 산호 사이로 크고 작은 물고기가 정말 많았다. 물고기들은 알록달록 화려하진 않았지만 눈부신 은빛으로 몸을 반짝이며 무리 지어 다녔다. 스노클 마스크에 완벽하게 적응한 피치도 넓은 바다를 종횡무진 누볐다. 바다거북과 상어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물고기와 산호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칠 때까지 바다를 헤엄치다 잠시 물 밖 모래사장에 앉아 모래놀이도 즐기고, 놀러 온 강아지도 쓰다듬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낮에 빌려둔 스쿠터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화덕에 구운 피자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태국 와서 계속 낯선 음식들만 먹었던 피치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아침에 갔었던 엉터리 식당을 떠올리며 미리 구글 지도를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분위기도 맛도 훌륭하다는 평이 많은 이곳을 골랐다. 굳이 점수를 매겨보자면 아침 식당은 10점 만점에 3점, 여기는 8점을 주고 싶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지만 토종 한국인으로서 피자와 파스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2%가 있기 때문에 만점을 줄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카무(족발) 가게에 들렀다. 이거지. 아까 부족했던 2% 중 1%는 족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것 같았다. 다들 배는 불렀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며 여러 메뉴를 주문했다.


밤이 깊었다. 포장해 온 음식과 맥주, 그리고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방콕에서 지난 5일 동안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태국에서 보내는 여섯 번째 밤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기왕 스쿠터를 빌렸으니 내일은 꼬따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수영복 위에 셔츠 하나만 걸치고,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