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발리 여행기
우리의 잠만 자는 첫 숙소, 야라마 코티지의 숙박 가격은 성인 두 명의 조식을 포함해서 1박에 5만 원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숙소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5만 원이면 우리나라 웬만한 캠핑장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니까. 하지만 한 가지 너무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이다. 청소가 덜되어 나는 찌든 냄새와는 달랐다. 냄새의 근원지는 바로 하수구였다. 이건 ‘트랩’이라 부르는 하수구 막음 장치만 하나 달아주면 바로 없어지는 냄새다. 새로 이사한 집 화장실에서 맡아본 바로 그 냄새. 검색신공을 통해 해결 방법을 알아냈던 경험이 있다. 천 원이면 해결하는 문제인데 이대로 방치하다니 상당히 안타까웠다. 친절한 직원들, 깔끔하게 정돈된 조경과 오래됐지만 잘 관리되고 있는 객실, 훌륭한 조식까지, 모든 것이 좋았는데 화장실 냄새 하나로 이 모든 장점을 깎아먹다니. 체크아웃할 때 친절한 데스크 직원이 불편한 점이 있었는지를 물었는데, 내 영어 솜씨가 아주 훌륭하지 못해 이 점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Everything’s are good.” 영어 실력 키우기는 정말 내 평생의 숙원이다.
냄새 하나로 가려지기엔 너무 아까운 야라마 코티지의 또 다른 커다란 장점은 바로 위치가 좋다는 점이다. 뭉미의 발리 To do list 1순위인 요가반 Yoga Bahn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요가반은 우붓의 오래된 요가 마을이다. 여러 가지 요가 클래스를 운영하며 세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요가인이 모여 함께 수련하는, 요가인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고 했다. 배부르면 요가를 할 수 없다며 아침도 굶고 다녀온 뭉미의 소감은, 바로 꽝! 기대했던 요가 수업 내용은 뭉미가 다니고 있는 동네 요가원만 못했고, 무엇보다 요가 매트에서 나는 냄새가 정말 끔찍하게 싫었단다. 웬만한 요친자가 아닌 이상 발리까지 무거운 자기 요가 매트를 들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빌려 써야만 했던 요가반의 요가 매트. 뭉미는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 그 끔찍한 냄새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한다. 아, 그렇게 숙소도 요가반도, 우리의 후각을 만족시키질 못했다. 그렇게 우리에게 발리의 첫인상은 끔찍한 냄새로 기억되었다.
요가반 반대쪽 바로 옆에는 그 유명한 식당, 피손 Pison 이 있다. 피손은 무려 주차 관리인까지 상주하고 있고, 밥때가 되면 웨이팅까지 있는 맛집이다. 그 명성만큼이나 식당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창밖으로 푸릇한 논과 야자수가 함께 펼쳐진,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을 마음껏 조망할 수 있었다. 가게 밖은 데크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논 쪽으로 가벼운 산책도 즐길 수 있었다. 음식 맛 역시 기가 막히게 좋았다. 폭신한 질감의 버터를 잔뜩 머금은 빵, 과일을 양껏 넣은 아사히볼, 수박 주스와 커피까지. 가격은 발리 물가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그래봤자 음료 두 개 음식 두 개 해서 2만 원이 채 안 됐다. 발리 물가 만세!
숙소에 짐을 잠시 맡긴 채 우붓 시내를 천천히 걸어본다. 몽키 포레스트 근처로 가자 세상에, 원숭이들이 도로를 활보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도 주워 먹고 쓰레기통도 뒤지고 전깃줄, 옥상, 오토바이, 인도 여기저기에 원숭이가 보였다. 신기함도 잠시, 솔직히 조금 무서웠지만 내가 무서워하면 피치와 뭉미도 덩달아 무서워할까 봐 센 척 좀 했다. 그리고 여행 일정에 넣을까 말까 보류하고 있었던 몽키 포레스트는 과감히 가지 않기로 했다. 이따금씩 보이는 원숭이 한두 마리에 기겁을 하는 우린데, 원숭이 천국에 들어가면 아마 혼비백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니까.
우붓 시내에는 소규모 가게들이 많았다. 오랫동안 여행자들의 성지로 불린 이곳답게 아기자기한 가게에는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볼거리가 참 많았다. 더운 날씨를 핑계로 거의 세 집 건너 한 군데씩 들어갔던 것 같다. 액세서리를 파는 곳, 탄생석 등 보석 판매점, 기념품점, 오래된 골동품점, 그릇 가게, 라탄 가방 가게 등 다양한 가게 중 드디어 우리 지갑의 무장을 해제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우타마 스파이스라는 화장품 가게이다. 발리 냄새에 시달려서였을까, 뭉미는 요가 매트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골랐고, 나는 립밤과 바르는 모기 기피제를 집었다. 가격이 착하지는 않았지만 향기에 취해, 그리고 천연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원의 현란한 말솜씨에 취해 발리에서의 첫 기념품을 구입한 것이다.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피치가 지칠 때쯤 무심코 찾아 들어간 FIGO의 파스타와 화덕 피자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고, 투키스 코코넛 숍의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별미였다. 악취로 시작된 발리 여행 첫날은 매력적인 향기의 화장품과, 맛도 가격도 훌륭한 음식들로 서서히 정화되고 있었다.
우리의 두 번째 숙소는 우붓 시내에서 깊은 숲으로 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나타나는 악사리 Aksari 리조트이다. 발리 우붓 깊은 정글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평을 듣고 골랐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