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부모복 없는 년은 남편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다더니..."
나를 정확하게 겨냥해서 했던 말인가?
시간이 오래 흘러 명확하지 않다.
어느 날엔가는
울분에 차서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던 것도 같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기억이 가물하다.
다만 확실한 기억 하나.
유치원생이었던 나의 결심.
'엄마의 실패가 되지 말자.'
엄마의 믿음을 깨부수고 싶었다.
엄마에게는 부모복도 없고 남편복도 없지만
자식복은 있었으면 했다.
엄마의 믿음이 틀렸음을
나 스스로 증명해 내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학창 시절은
엄마의 실패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채워졌다.
결혼식 날
드디어 엄마의 성공이 되어 기뻤다
이혼을 알리던 날
결국엔 엄마의 실패가 되어 미안했다
나는 부모복이 없다.
이혼을 한 것을 보니 남편복도 없는 것 같다
자식복은... 음...
자식이 아직 사춘기를 지나지 않았으니
말을 아껴본다.
이제와 드는 생각. 하나.
엄마 말이 다 맞다
부모복이 없으면 남편복이 생기기 어렵고
남편복이 없으면 자식복도 생기기 어렵지
이제와 드는 생각. 둘.
다 부질없다.
나에게는 나복이 있다.
부모복도 남편복도 자식복도 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그야말로 내 손을 떠난 복, 운명, 운과 같은 것들
내가 믿을 것은 오직 나.
엄마의 실패가 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유치원생
그 긍지만큼은 하나 자신한다.
엄마,
엄마는 부모복도 남편복도 자식복도 없지만 엄마한테는 엄마 스스로의 복이 있어.
나도 그래.
나도 부모복 남편복은 없는데 엄마가 물려준 나복이라는 게 있더라.
그러니까
우리 슬퍼하지 말자.
부러워도 말자.
우리에겐 '나복'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