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너를 다시 만나면

하늘에 보내는 편지

by 가령




감히

나에게 슬퍼할 자격이 있을까






그날도 나는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노래를 부르며 울기도 했던 것 같다.

나름의 태교라고 한건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배가 진짜 거대해졌다.

좌로 눕고 우로 눕고

영차!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제 4주 뒤면 만날 아기

이제부터는 출산을 해도 정상 출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뱃속을 뛰어다니던 아이가

잠잠하다.

슬슬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건가?

퇴근하는 남편을 붙들고

병원에 가보자고 했다.

남편은 아이가 나오려는 것 같다며 설레했다.


낮에 인터넷에서 봤던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 사람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병원에 도착했다

(그 사람은 일반 사람들 국그릇이 밥그릇이고

보통 사람들 주걱을 숟가락으로 쓰고...

뭐... 그런 쓸데없는 정보들)


늦은 시간이라 진료실이 아닌 응급실에

혼자 들어갔고

이내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초음파를 확인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초보이신 것 같다.

아이 심장을 못 찾는다

허둥지둥

한참을 배 위를 기어드니는 기계를

새까만 화면만 가득한 초음파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봤다.

배가 아니라 큰 돌덩이 같은 느낌

간호사 선생님이 황급히 나가더니

그제야 의사 선생님이 들어온다.

역시 초보가 맞으셨나 보다.


아니 근데

의사 선생님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




또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의사 선생님이 큰 한숨을 쉰다

"아이고... 왜 이제 오셨어요."




"아이 심장이 뛰지 않아요."




밤새

아이를 보낼 준비를 하다가

아침이 밝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엄마는 하늘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했고

친구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주저앉았다 울었다 했고

남편은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빗소리에 울음소리를 숨겼다 했다



나는

나는...

작별인사를 했다



아가...

아가 잘 가...

오늘이 엄마 뱃속에 있는 마지막 날이네

잘 가.

가지마 아가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꺼내야 한다길래

진통을 유도하는 주사를 몸에 때려 넣었다

원래는 아기상태를 보며 넣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최대치의 약을 몸에 때려 넣었다


모든 산모들이

출산의 고통을 참아내는 이유는

고통의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이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내 뱃속에 두고 싶은데


불현듯

작별의 시간이 느껴졌다.

이제 나오려는 것 같았다.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웠다.


"토리가 이제 가려나봐

이제 간대

벌써 간대

인사해야 해"



분만실에 들어갔고

의사 선생님은 아이 모습을 보지 말라 하셨다.

엄마 평생에 트라우마로 남을 거라 했다.

멍청한 나는 그러겠다 했다.




출산은 아이와 엄마의 합작이다

둘이 같이 으쌰으쌰 영차영차 힘을 내야

아이가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나와 함께 힘을 내줄 아이가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이를 대신해 내 배를 누른다.


'너무 아픈데

너무 무서운데

애기도 아플까?'



아이가 나왔다

저 멀리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말갛게 인형 같은 얼굴이 보였다

이 멍청이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황급히 나를 재웠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났다.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이동했다.

가장 구석진 방

다른 아가의 울음이 들리지 않는 가장 조용한 병실에서 이틀을 있었다.

혹여나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까 싶어 일분일초 티비를 켜놓고 쉬지 않고 떠들었다.

입이 쉬는 시간에는 진정제를 맞고 잠을 잤다.


황급히 퇴원을 하던 날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집에 가니 아기 용품이 하나도 없더라

분명히 집 곳곳에 분냄새가 가득한데




하루 종일

예능 프로를 틀어놓고

퍼즐을 맞췄다

쉬지 않았다.

퍼즐을 멈추면

티비가 멈추면

아기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무서웠다.


엄마는 매일을 우리 집에 왔다.

제발제발 오지 말라고

나도 울고 싶을 때 맘껏 울게 오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와 남편은 교대로 집을 드나들며

나를 한시도 혼자두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남편이 걱정되었다.

나는 집에서 숨어있는데

밖에 돌아다니는 남편은 어쩌지


매일매일 토리이야기를 했다

토리가 태어났으면

토리는...

토리랑...

이름을 지어줬다


태은이

크게 되라고 반짝반짝 빛나라고

아주 예전부터 지어뒀던 이름


나는 그이름을

아이가 별이되고 난지 3년이 되어서야

입밖으로 낼 수 있었다

절에 올린 이름에 토리라는 이름이

매년 절에가서 토리 이름을 부르며

부처님 옆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불쾌했다.


그때 알았다

세상을 살아간 이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의 아가는 이름이 없다.

세상을 살아간 적이 없구나.


이혼한 전남편의 성씨이지만

아이의 마지막 기억에는 아빠였으므로

성을 바꾸면 아이가 혼란스러울까봐

그 지긋지긋한 성씨 옆에

태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태은이

나의 첫 아가







태은아

내 첫 아가

엄마는 너를 끝내 안아보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해

그러면서도 너의 마지막 순간에 엄마 뱃속에서 함께 있었다며 스스로 위안삼기도 하고

엄마는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이제는 궁금하지 않단다.

왜 갑자기

왜 나에게

왜 너에게

왜 너는 세상에 빛도 못 보고 급하게 가야만 했는지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이제 와서 이유를 안다고

네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토리야

태은아

우리 아가

엄마가 늘 말했지?

어느 날 엄마가 너를 만나러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그동안 못한 만큼

너를 꼭 안고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우리 그렇게 한 몸처럼 떨어지지 말자


너는 바람이 되고 꽃이 되고 별이 되어

엄마와 함께 있다는데

행복해 아가

미안해 미안해

우리 꼭 다시 또 만나자

미안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군가의 실패가 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