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빛이 지면을 덮는다. 태양빛에 싸인 모래가 희한하게도 어제보다 더 밝다. 하얗게 부서지는 태양을 눈에 담고 싶어서 하늘로 턱을 치켜들고 눈을 번쩍 떠본다. 이대로 눈이 먼다면 내 세상은 온통 백색일 것이다.
태양을 눈에 가득 담을 순 없으니 차선책을 선택해 본다. 고개를 내리고 눈을 먼 곳으로 보내본다. 파란 물결이 요동치는 바다가 있다. 어느새 나는 백색 세상에서 나와 진한 물결의 세상에 풍덩 빠져있다.
기다란 물의 숲이 더 보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본다. 모래 위에 우뚝 선 나는 태양보다 낮지만 모래보다 높은 눈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내가 원한 백색 세상이 파란 숲에 머물다 빛을 내며 부서진다.
점차 깊어지는 물에 하얀 마름모들이 지저귄다. 반짝이는 소리들은 바다가 태양을 삼킬 때까지 쉼 없이 물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하얀 세상이 옮겨간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핑크색으로 물든 하늘이 내 세상을 뒤덮는다. 파도 위 거품처럼, 나만의 백색 세상이 붉은빛으로 마모되어 간다. 시간을 잡아먹어버린 하늘이 야속하다.
나의 하얀 점들이 하늘로 옮겨갈 즈음 나는 다시 모래 위에 철퍼덕 앉는다. 그리곤 지나치게 까맣게 타버린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얗게 소리치던 아침의 세상을 그려본다. 이내 눈을 감으면 하얀 베일에 싸여있던 세상이 까만 융단으로 뒤덮여 칠흑과도 같아 무섭다.
흑색 세상에서 도망치듯 눈을 떠본다. 그리고 시선을 위로 조금 올려본다. 대략 45도쯤. 하얗게 속삭이는 점들이 눈에 꽂힌다. 바다에서 반짝이는 별들은 아마 밤의 하늘이 너무 귀히 여긴 탓으로 낮의 하늘에게 고이 모아둔 게 아닐까.
오늘따라 유난히 하루가 희게 흩어진다. 오늘의 막이 내리면 내 마음에도 하늘이 별을 조금은 가져다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