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취미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주위를 탐색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2년 전쯤? 부터 인 것 같다. 사실상 얼마 되지 않은 셈이다. 사람에게 취미란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진짜 좋아하는 행동을 하면서 편히 숨 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취미를 갖게 된 후 가장 좋은 건 좀 더 주위를 자세히 살피게 된 것이다. 보통 평소 길 다닐 땐 땅만 쳐다보며 잡생각에 빠져있거나, 핸드폰에만 집중하곤 했다. 근데 어느 날 오늘은 이쪽 방향의 햇빛이 예쁘네, 이 시간에 이 장소를 담으면 아름답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드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또 뷰파인더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카메라 앞에 선 상대의 어색한 표정이나, 순간순간 찰나의 고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러 성분이 모여 한 물체를 구성하듯, 사람은 단 한 가지의 무언가로 확정될 수 없고, 표정 또한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래서 딱 그 순간을 찍고 싶었는데, 상대의 표정이 바뀌어버려 '방금 진짜 좋았는데 아깝다...' 하는 순간도 많고...
그럼에도 사람마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고유한 표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이 그 사람의 많은 면을 설명해준다 생각한다. 그런 게 어느 정도 진실된 조각을 담는 것 같다. 본연의 자연스러움, 알맹이 같은 거. 그런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뭔가 달라서 계속 보게 된다.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피사체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능력, 자신만의 시각이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이처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을 찍고 싶단 생각이 자주 든다.
몇 주 전 한 작은 사진집 공모전에 출품을 했다. 내 사진을 이렇게 모아 어딘가에 도전하고 이런 건 처음이었다. 패기 있게 메일을 전송해놓고, 후에 며칠간 괜히 한 짓인가 쪽팔림과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매번 질러놓고 이러는 것 같다.
출품을 위해 여태까지 내가 찍어온 사진들을 쭉 훑어봤다.
나는 그동안 뷰파인더 안에 무엇을 담고 싶었던가.
나는 뭐든 진실한 것이 좋다. 진실하다면 조금 어설프거나, 이기적이어도 나름 괜찮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고 정직한 것은 왜인지 사랑스럽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수백 장의 내 사진들을 살펴보니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의 진심이라 생각했던 순간들을 담고 싶었던 노력이 보였다. 사람 포착은 아직까지 나에겐 너무 어려워서, 주로 동식물들을 담게 되는 것 같다. 햇볕 받으며 졸고 있는 강아지,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 이들은 항상 온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나는 소소하고 무해하지만 아름다운 '작은 것'만이 어쩌면 유일한 진실이라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 별 쓸모가 없다 여기거나, 이익이 안된다고 치부하는 행동 같은 거. 문득 든 생각을 바로 옮겨 제목을 <작은 것들을 위한 시선>으로 지었다. 모 그룹의 노래제목을 따서... ^_^... 대놓고 노림
가령 평일 오후 한산한 세운상가에서 풍경화를 그리던 아저씨,
머리를 맞대고 앉아 가을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두 사람,
한산한 와인바에서 대낮부터 한잔하며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같은 거.
이처럼 유용성과 강제성에 지배되지 않는 피사체나 활동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쓸모없지만 즐거운 행위들은 모든 생물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 또한 그것들은 수많은 유용한 행위와는 달리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해를 끼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점에서 작은(작아 보이는) 것들이 참 좋다.
글을 쓰는 지금 10월인데 이상하리만치 날이 계속 춥다. 단풍이 지기 전 얼른 예쁜 절경을 담아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