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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 Sep 08. 2019

진실된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

스냅사진 촬영 후기


최근 미러리스를 장만했다.

움직이지 않는 대상들보다는 인물 사진이 재밌다. 뷰파인더를 통해 상대를 보면 어색한 표정이나, 순간순간 찰나의 고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잠깐 스쳐가는 표정이 그 사람의 많은 면을 설명해준다 생각한다. 그 순간 담기에 성공하면 신난다.


근데 아직 나에게 사진을 통한 포착은 어렵다. 온전히 피사체에만 집중하는 능력을 더 길러야 할 듯하다. 그래서 영상으로 담고 있다. 일단 길게 찍은 다음, 편집하며 내가 느끼기에 가장 그 사람 같은 모습들을 잘라낸다. 저번엔 친구 스냅 영상을 만들었다. 처음엔 무슨 음악을 배경으로 깔까 생각하다가, 그냥 정하지 않고 찍었다. 음악을 미리 정해 놓으면 의도치 않게 그 분위기에 맞추려 연출을 할 것 같아서. 그저 솔직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다 찍고 편집하면서 떠오른 음악으로 정했다.



최근 좋아하는 사진작가를 만났다.

그 사람의 사진엔 인물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있다. 피사체의 알맹이가 느껴진다. 진실됨이 느껴져서 좋다. 그런 사진은 뭔가 달라서 계속 보게 된다.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그것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상대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능력, 자신만의 시각이 필요하다. 나도 이와 같이 관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찍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스냅 촬영을 잡았다. 일단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또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사진에 어떻게 담길지 궁금했다. 남이 보는 내 모습은 영원히 알 수 없으니까.


한 달가량 후에 받은 스냅사진 속 모습은 낯설었다. 항상 카메라 앞에선 잘 나오려고만 노력했는데,  날것의 내 모습. 무표정이 저렇구나. 의식 없이 웃을 땐 저렇구나.


확실히 카메라 앞에서는 본연의 표정이 안 나온다. 의식하게 된다. 처음 작가님을 만나서는 렌즈를 봐야 하나요? 어딜 봐야 하나요? 질문하기도 하고. 삐걱삐걱 댔다. 항상 느끼는데 나는 그 대상이 된다는 느낌이 불편하다. 주체로써 관찰하고 싶다. 카메라 앞에서뿐만 아니라 뭐든지. 작가님은 그냥 뭘 하려 하지 말고 평소대로 하라 하셨다. 맞는 말이다. 척을 하려고 하면 다 티 나고 망한다.


뒤에 낭떠러지라 삐끗하면 골로 가는 곳이었다..

눈을 마주치는 건 편한데, 그럼에도 카메라 렌즈는 왜 계속해서 불편하다 느끼는 걸까. 계속 딴 곳만 보게 됐다. 렌즈 보기가 불편하다 하니, 그럼 찍지 않을 테니 렌즈만 계속 쳐다보라 하셨다. 계속 렌즈만 빤히 보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전보다 조금 편해졌다.


찍는 사람을 편하다 느끼면 편한 사진이 나온다 하셨는데, 후반에 찍은 사진으로 갈수록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찍어주는 사진은 뭔가 다른 게 그 이유에선가 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이 사진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하다.


2019 여름의 용산.  


이거 찍을 때 ‘됐다!’ 하셔서 기대 많이 했음
윤슬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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