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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관 Mar 06. 2021

겨울 퇴사, 그 끝에서 찾는 봄 향기

사연 있는 파스타 5. 쑥국 봉골레

사연 있는 파스타 5. 쑥국 봉골레


2월의 겨울을 보내고 서서히 봄을 맞이하는 하는 3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월에 보낸 것은 겨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졸업식과 함께 대학생 신분에서 벗어났고 지난 8개월 간 함께 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 직장동료분께서 소소한 퇴사 선물로 꽃차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 탓인지 유난히 쑥꽃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릴 적 봄이면 동네 뒷산에서 어머니와 함께 쑥을 캐고 온 후 향긋한 쑥국을 끓여 먹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해서인지 더욱 한눈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퇴사 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어쩌면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리는 지금 이 시기와 닮은 듯해 진한 봄 향기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봄의 향기로운 그리움을 파스타 한 그릇에 새로운 마음으로 담아보려 합니다. 저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전해주신 봄을 담은 선물처럼 저의 먼 기억 속 봄요리를 새롭게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재료

마늘 12쪽, 양파 1/2개, 홍고추 1/4개, 쑥 100g, 바지락 한 줌, 멸치 한 줌, 다시마 1 조각(5*5cm), 쌀뜨물 250ml, 된장 한 스푼, 스파게티면 1인분


쑥의 향미와 시원한 국물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파스타를 준비하기 위해 국물이 다소 넉넉하게 있는 국수와 같은 봉골레 파스타로 정해 보았습니다.


바지락과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더해 보다 풍부한 국물 맛을 담아보려 하였고 고명으로 홍고추를 사용해

우리가 익히 아는 쑥국의 모습에 가깝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4컷 레시피


1. 마늘 여섯 쪽은 다지고 나머지는 통마늘 상태로, 홍고추 1/4개는 어슷썰기, 표고버섯은 편 썰기, 양파는 잘게 썰어 줍니다. 쑥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2-3번 헹군 후 물기를 제거합니다.


2. 멸치 한 줌과 다시마 1조각, 소금 1스푼, 다진 마늘 1스푼, 잘게 썬 양파 1스푼, 물 1l를 10분 간 끓여 육수를 낸 후 이를 면수로 사용합니다. 이때 면은 얇은 스파게티니 면을 사용합니다.


  

3. 남은 다진 마늘과 통마늘, 잘게 썬 양파 등을 기름에 달군 팬에 먼저 볶은 후 해감한 바지락, 된장 1. 5스푼을 넣고 청주를 붓습니다. 이후 쌀뜨물 250ml와 면수 200ml를 부어 면이 익을 때까지 끓입니다.


4. 바지락과 야채를 끓이던 팬에 면과 쑥, 표고버섯을 넣어 끓입니다. 이때, 면은 쑥의 향이 베이고 버섯의 식감이 유지되는 시간을 고려해 살짝 설익었을 때 넣습니다. 플레이팅 시 어슷썰기 한 홍고추를 고명으로 올려 마무리합니다.




봉골레가 본래 숟가락으로 자주 떠먹을 정도로 육수가 많은 음식은 아니지만 쑥'국'이란 요리에 맞게 국물을 많이 더해보았습니다. 쑥의 향기는 물론 된장, 바지락, 표고버섯, 멸치육수의 맛이 은은하게 베여 있어 절로 떠먹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국수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지만 파스타면의 식감이 살아 있어 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면에 국물이 과하게 베어 졸아들지 않게 얇은 면을 사용해 쑥국을 떠먹는 듯한 느낌을 살려 보았습니다.


쑥국 국물 맛이 부담스럽게 남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쑥꽃차를 음료로 한 입씩 마시며 입안을 가벼운 향기와 함께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봄 향기와 함께 돋아나는 새 생명의 기운이 전해지는 듯한 한 끼였습니다. '평안'이라는 쑥의 꽃말처럼 새찬 겨울이 지나 평온한 봄을 맞이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꿔보는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선물해주신 쑥꽃차에도 그런 따뜻한 봄기운이 담겨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큰 뜻 없이 전해주신 선물일 수도 있지만 함께 고민하며 일해온 지난 시간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퇴사 후 저의 새 출발을 응원해 주신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숙한 한 그릇의 요리와 두서없이 적어나간 글이었지만 제가 느꼈던 것처럼 환절기에 불어온 싱그럽고 따뜻한 봄기운이 조금이나마 전해져 닿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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