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팀 레터] 25년 1월호

by 한형규

안녕하세요 여러분,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갑자기 무슨 메일인가 싶었을텐데 올해 개인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로 팀원들에게 한 달에 한 편 정도 편지(?)를 보내볼까해요.


글 쓰는게 취미여서 매 번 글감만 쟁여두고 있지만 완성해 본 적은 별로 없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습관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앞으로 점점 실무에 치우쳐 팀장으로의 역할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는 저만의 방파제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여튼, 매번 쓰는 날과 주제, 형태는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 시도해보고 생각해보려구요.

시작!


작년에 '미생' 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한 적이 있어요. 저흰 서로 나이가 비슷하니 아마 어떤 드라마인지는 다들 알 거 같긴한데 평생을 바둑만 두고 살아온 장그래가 첫 회사생활을 하며 성장하는 드라마에요.

드라마 중에 인상 깊었던 대사가 몇 개 있어서 가지고 왔어요.


그 전에! 여러분들은 바둑 두신 적 있으세요?

바둑 용어가 일상생활에 정말 많이 쓰이고 있더라고요. 대표적으로 '사활'을 건다, 착수, 승부수, 묘수, 복기 등 회사에서 전략용어로 많이 활용되던데 그만큼 바둑 자체가 한 판의 전쟁과도 같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바둑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인데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왜 하필 바둑으로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바둑은 한 수 한 수 둘때마다 경우의 수가 200개 이상이 생기고, 바둑판에 배열하는 수는 우주의 존재하는 원자수보다 많다고 하여 인공지능이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기에 최적의 종목이어서 그렇다고 해요.

패턴은 있을 수 있어도 정형화된 공략법과 정답이 없다는 것이죠.


사실 저도 회사 생활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여러분보다 사회생활 경력도 짧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겪고, 복기하면서 회사생활도 바둑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던 거 같아요.

내가 내린 선택과 회사의 내외부의 배열에 따라서 정말 많이 발생하는 경우의 수,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며 다음 수를 고민해야하는 것들이 한 판의 바둑을 두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누구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라는 대사가 작중 장그래의 독백에서 나오는데요.

어쩌면 우리도 매일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고객사와 바둑을 두며 불리한 형국에 몰리기도할테고,

특정 상황에서는 팀장 혹은 팀원들과 바둑을 두며 서로 밀릴 수 없는 호각세의 바둑을 두기도 하겠지요.

때로는 본인 자신과의 바둑을 둘 때도 있고, 회사를 상대로 하는 바둑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때도 있을 수 있고요.


내가 상대의 수를 읽고 있는 것 같아도 고작 바둑알 한 알의 위치에 판 전체가 뒤엎어지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그 한 판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았기 때문에 이젠 여력이 없어 다음 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과에 승복하고 그 판 위의 작은 알들의 배열을 보며 학습하는 것, 그리고 더 성장한 나를 믿고 그 다음 판에 도전하는 것일텐데 우리가 이세돌이나 알파고도 아니고 어떻게 매 번 이렇게 하겠어요?

'왜 이렇게 처절하게, 치열하게 바둑을 두십니까, 어차피 바둑일 뿐인데' 라는 대사가 나오면서 에피소드가 마무리 되어요.


각자만의 바둑 속에서 사연과 상황들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하지만 그만둘 수 없는 중요한 바둑이니, 함께 두고 있는 바둑이니, 이겨야만 하는 바둑이니

스스로를 소모하며 바둑을 두고 있을지도 몰라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와 배열이 있는 바둑이지만,

바둑하고는 비교도 못할 훨씬 많은 경우의 수와 배열이 있는 삶 속에서 그 바둑은 어차피 하나의 수에 불과하니 너무 소모되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바둑일 뿐인데요 뭐!


회사가 제시하고 있는 '무한게임-이기는구조' 라는 바둑 속에서

무한히 지속되는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구성원의 유한한 시간과 체력을 더 현명하게 관리해야하고,

이기는 구조를 만들어 계속 그 게임에서 이탈되지 않기 위해서는 때로는 이기는 구조보다는 지지않는 구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해보아요.


함께 팀이 된지 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한한 자원을 현명하게 관리하여 지지않도록 함께 7팀 잘 만들어나가요-!


여러분들의 자신만의 바둑을 응원하지만, 그래봤자 바둑 한 판일 뿐이니 너무 힘들거나 지치지 않도록 같이 잘해보아요.

2025년에 도전하고, 승복해야할 여러 바둑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