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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시간

by simple Rain

언제부터인가 시아버님의 기억력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성격도 변화가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가족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가, 보건소와 병원을 오가며 치매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거기까지 가기도 꺼려하셔서 간신히 설득해 모셔야 했습니다.



검사결과는 경도 인지장애(치매 전단계). 심하지는 않지만, 약물 복용도 해야 하고, 반드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욱이 심장이며, 뇌혈관 쪽 시술을 앞둔 상태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함께 사는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일이 많아서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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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예전부터 알아보았던 노인 주간보호센터에 아버님이 가시면 어떨까 생각해 보고 가족들과 의논하여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이용할 자격이 될지 어떨지 알아보던 중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일일이 절차를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아버님이 다니고자 하는 주간보호센터가 있다면 그곳에 먼저 의뢰를 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서류나 절차도 센터에서 안내해 주고 도움을 주어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아버님이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기 시작하시면서 어머님께서도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과 하루 중 몇 시간이라도 마음 편히 쉬고, 본인의 생활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버님에게도, 어머님에게도, 가족 모두에게도 필요한 변화였습니다. 돌봄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만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숨을 고르고, 조금씩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려는 중입니다.

이 여정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든든해집니다.


아직은 아버님이 그곳에 정을 붙이고 지속적으로 잘 다니실 수 있을지 염려도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마음이 수시로 바뀌시기에, 언제까지 이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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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만큼은 어머님과 아버님 모두가 조금은 편안해졌다는 사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앞으로도 때마다 맞는 방법과 길이 있겠지요.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라 믿어보며 오늘 하루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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