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3년 전 부산에서 봤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른다.
딸과 함께 공연도 보고 여행도 할 겸 떠났던 짧은 여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간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떠나기 직전의 설렘을 좋아하는데
그해에 다녀온 푸켓 여행도 좋았고 풍경도 많이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기억은 그 여행보다 그날의 뮤지컬이다.
그날의 팬텀은 조승우였다.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마주한 그는 생각보다 더 압도적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익숙한 음악과 함께 나는 무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음악과 노래,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무대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사람을 깊이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연이 마지막으로 향해 갈 무렵, 난 울고 있었다. 정말로 울고 있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지금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슬퍼서라기보다는 마지막 장면에서 팬텀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지만 끝내 사랑받지 못했던 그 외로운 존재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참 울다가 문득 민망해져서 슬쩍 주변을 훔쳐봤다.
혹시 나만 주책맞게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의외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괜히 마음이 놓였다.
'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같은 장면에서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딸과 함께 밤공기를 걸으며 공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의 음악과 무대, 그리고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이
부산의 밤공기와 함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도
아마 나는 그 장면을 기억할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왜 울었는지는 여전히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그저 어떤 순간 하나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문다는 것만
가만히 떠올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