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미션 오일을 교체할 시기가 되어 남편과 함께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수리를 맡기고 기다리는 대신, 우리는 익숙한 동네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분 좋게 걷기 좋은 날씨 특별할 게 없는 오후였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남편은 이미 휴대폰 속으로 반쯤 들어간 상태였고, 나는 멍하니 빨간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을 지나치던 할아버지 한 분이 불쑥 내 쪽으로 손을 내미셨다.
손바닥 위에는 초콜릿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거 하나 먹어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했다.
낯선 사람이 건네는 뭔가를 받으면 안 된다는 반사 신경이 먼저 작동했다.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웃으며 계속 내미셨다.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그제야 남편이 상황을 눈치채고 끼어들었다.
"어르신, 요즘은 이런 거 함부로 주시면 안 돼요." 남편의 단호한 한마디에 할아버지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내가 이 동네 산 지 30년이 넘었어. 이상한 사람 아니야...."
그 말은 해명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건넨 친절이 의심받은 자의 억울함에 가까웠을 것이다. 미안함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사이 신호가 바뀌었다. 우리는 엉거주춤 인사를 하며 길을 건넜고, 할아버지는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집으로 오는 내내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30년이 넘었어. 이상한 사람 아니야.
그분은 해명을 하신 게 아니었다. 억울하셨던 거다. 그냥 좋아서 건넨 초콜릿 하나에, 경계받고 의심 받은 것이. 따지고 보면 우리가 틀린 건 아니었다.
낯선 사람이 주는 걸 덜컥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조심하는 게 맞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씁쓸하지.
선의를 의심해야 하는 세상. 친절을 경계해야 하는 세상. 그 안에서 할아버지의 작은 호의는 갈 곳을 잃었다. 이 동네에서 30년을 살아온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지 못하고 돌아갔다.
미안했다. 근데 또 어쩔 수 없었다.
그 두 마음이 나란히 걸어서 집까지 따라왔다.
생각할수록 어르신의 뒷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감사합니다." 한마디와 함께 그 초콜릿을 기쁘게 받았다면, 어르신의 오후는 조금 더 따뜻했을까? 아니면 남편의 말대로 조심하는 것이 정답이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찰나의 순간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각박해진 건지, 내가 각박해진 건지.
아니면 그냥, 우리 모두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건지.
초콜릿 하나가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