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순 Sep 22. 2024

사냥하는 자와 사냥 당하는 자

프레이 리뷰

가장 먼저 이 작품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을 때 걱정이 먼저 앞섰다. 


굉장한 마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프레데터 시리즈는 굉장히 잔인하다. 그런데 영화가 공개된 곳이 디즈니 플러스였다. 어흐흑 요즘 디즈니의 행보는 많은 부분이 아쉬웠고 디즈니가 다루기에는 너무 잔인한 작품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20세기 폭스를 디즈니가 인수한 것이지만 산하 회사의 작품에 디즈니의 색이 묻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걱정은 주인공이 소녀라는 것이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주인공이 남자였는데 이를 여성으로 바꾸고 나서 훼손된 작품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작품은 주요 인물이 여성이기 때문에 작품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그 작품이 원래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모두 배제한 상태로 중심을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고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스토리는 매우 진부하지만 그만큼 관객에게 온전히 흡수되기 좋은 소재이다. 하지만 영화가 과한 pc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오히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엄청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프레데터는 굉장히 잔인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들은 자신들 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시인 처럼 최소한의 무장만 한 상태로 전투를 즐기며 강자를 찾아다니는 호전적인 존재들이다. 그리고 무기를 들고 있지 않거나 약한 존재라고 판단되는 존재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 젠틀함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프레데터 1편, 2편에서는 온전하게 유지 되었다. 하지만 다음 3편과 4편에서는 이 모든 것을 훼손하며 작품의 근간을 흔들며 흥행 참패와 함게 후속작에 대한 알 수 없는 기약을 남겼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있을 때 이 작품이 등장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719년이다(왜째서 1719인가!!!!!).

나루~

주인공은 북아메리카 대평원에 살고 있는 코만치 부족 소녀 '나루'이다. 그녀는 약초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위험한 맹수를 죽이는 부족 내의 신성한 행위인 '커타미아'를 통해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족 내의 여성들은 전투와 사냥이 아닌 음식 만들기나 채집을 해야 한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실제 주인공 나루 역의 앰버 미드썬더는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다.)

그녀는 자신의 멈무이와 함께 틈틈히 사냥 연습도 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부족 사람이 사자에게 물려가자 나루의 오빠이자 부족 내의 최고의 사냥꾼인 타비는 여자이고 무시받고 있지만 나루를 사냥, 구조조에 합류시킨다. 그리고 나루는 곧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추적 능력으로 멈무이와 함께 사자의 영역에 들어가 상처입은 부족 사람을 치료하고 주변의 핏자국을 추적해 오빠인 타비가 사자를 잡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사자를 좇는 와중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냥의 흔적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맹수들이 사냥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내버려두고서 엄청난 크기의 발자국과 함께 뱀의 가죽만을 도려낸 사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부족의 주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명체가 있음을 깨닫고 이를 자신의 커타미아를 위한 사냥 대상으로 생각하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프레데터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온전한 '사냥'과 '전투'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원작 프레데터 1과 2로의 회귀를 뜻한다.


영화의 진행 과정에서 끊임없이 최후의 전투의 클라이맥스를 위한 흔적을 던지는 부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지금까지 알려진 프레데터는 시력이 굉장히 좋지 못하기 때문에 적외선으로 감지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그리고 이것을 파훼했던 것이 프레데터 1편의 가장 유명한 장면인 온 몸을 머드로 감싸고 난 후 전투를 치르는 아놀드 형의 모습이다. 역시나 이 작품에서도 예리한 직감과 관찰을 통해서 이것을 간파하여 프레데터와 싸움을 치르는 나루의 모습이 그려진다.

오렌지 톳시야 꽃

작중 '오렌지 톳시야'라고 등장하는 이 꽃은 혈액을 응고시키고 심박수를 줄이고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후반부의 상처를 입은 프랑스인을 치료하는 와중에 먹인 오렌지 톳시야의 효과를 통해 눈 앞의 프레데터가 프랑스인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두 번째


나루의 주력 무기는 아버지께서 풀을 자를 때 쓰라고 물려주신 손 도끼이다. 이것은 직접적인 타격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녀는 멀리 있는 적에게 투척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리고 던지고 주우러 가는 반복 행동에 회의감을 느낀 그녀는 그녀의 주력 무기를 강화한다.

나무의 질긴 껍질을 길게 꼬아서 투척하고 도끼의 줄을 다시 당기고 던지는 식으로 자신의 무기를 강화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화기를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신체적인 부분으로 괴물인 프레데터와 맞서는 장면은 거의 마지막에서나 등장하는 장면이었고 이마저도 1편과 2편을 제외하면 크게 인상깊은 장면을 남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원초적인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는 1700년대로 시대상을 설정하고 당시의 주력 무기들을 강화하는 모습을 영화에 녹여낸 것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역시나 프레데터 시리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흙탕이 등장했다.


물론 근 - 본 1편에서의 모습처럼 이것을 통해 체온을 숨기는 것은 아니니 관객들로 아 저거!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원작의 샤라웃이나 리스펙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 장면이 가지는 중요 맹점은 바닥과 진흙탕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루도 그냥 걸어가다가 빠지게 되고 점점 바닥으로 들어가며 죽음에 가까워지다가 결국 탈출하는데, 이것은 나중에 등장하는 최후의 결전지가 되고 관객들은 이 공간에 프레데터를 유인하는 순간 아! 이거! 하면서 희열을 느끼게 되는 중요 환경 요소이다.


또한 존재하는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장면은 더 많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프레데터가 사용하는 무기, 흘리고 간 무기 등을 이용해서 역으로 프레데터를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나루의 모습은 역시나 훌륭하다.


오픈 월드 수렵 사냥 파괴 게임을 해보면 초원에 불을 지르거나, 높고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구조물을 떨어뜨려 적을 기절상태에 빠지게 만들거나, 이러한 진흙탕에서 둔화를 유도하고 적의 처치를 좀 더 편하게 하는 환경적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너도 당장 시작해라 몬스터헌터! 그리고 영화에서 이것을 미리 보여주고 나중에 어떤 장면이 이어질지 생각하게 만들고, 영화가 진행되며 잠시 잊었다가 그 장소로 결국 유도했을 때 관객이 느끼는 희열은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었다.


네 번째

엄연히 나루는 자신의 '커타미아'를 치루고 자신의 진정한 강함을 프레데터를 통해 확인한다.


단신으로 줄이 달리 손도끼 하나만을 가지고 화기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을 도륙을 내버리는 장면이다. 아직 꼬맹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게 그들의 무기를 파훼하고 머리에 칼을 꼽아버리고 지금까지 연습해왔던 줄도끼를 던져 배에 꽂고 당겨서 찢고 다시 머리에 던져서 즉사 시키고 구르고 피하고 찌르고 베고 아주 작살을 내버리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나중에 프레데터와 싸우게 될 장면에 엄청난 기대가 생겼다.


순수한 피지컬 적으로는 화기를 가진 성인 남성보다 떨어지지만 그것을 민첩함과 재치로,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전투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프레데터 시리즈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온전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프레데터

이번 작품에서 등장한 프레데터의 공식 명칭은 '페럴 프레데터'이다. 


그리고 지구에 최초로 방문한 프레데터이자 사냥에 처음 임하는 프레데터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과학 기술을 역시나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어깨에 달려 있는 플라즈마 캐논은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아직 그만큼의 발전을 이룩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밝히길 플라즈마까지 사용하면 나루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ㅋㅋㅋ).


강함

보다시피 무기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신체적 능력만으로 곰과 다이다이가 가능하다. 잠시 밀리는 듯 하지만 결국 카운터 펀치 한방으로 목 뼈를 부러뜨리고 집채만한 곰을 들어서 던져버린다.


예고편에서 이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을 보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 이 작품은 쓰레기(더 프레데터, 프레데터스)와는 다른 진정한 '작품'으로 만들어졌구나!"



자 그럼 새롭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등장한 무기들을 살펴보자

아직 진화가 덜 이루어진 프레데터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압도적인 과학 차이 때문에 사냥의 재미를 훼손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가 플라즈마가 아닌 유도가 가능한 화살을 들고 왔다. 역시나 엄청나게 강력하다!

우리가 잘 아는 철컥철컥 창이 아니다. 찌르거나 벨 수 있는 그리고 분해하여 한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패는 형식(?)의 곤봉 형태의 무기이다. 이걸로 팔도 자르고 머리도 베고 터뜨리고 한다. 역시나 엄청 강력하다.

프레데터의 상징과도 같은 챠킹! 하고 튀어나오는 클로이다. 역시나 베고 찌르고 죽빵을 친 상태에서 클로를 꺼내서 아주 그냥 도륙을 내버리는 무기이다. 역시나 엄청 강력하다! 거의 모든 무기가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엄청난 경도를 자랑하는 방패이다. 이제 막 화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절의 화력 정도는 우습게 튕겨내버리는 강도를 지니고 있고 역시나 철컥 철컥 가동 및 해제가 가능하다. 왼 팔에 붙어있는데 이것을 가동하는 순간 멱살 따위를 잡고 있었다면 가볍게 목을 절단내 버릴 정도로 단단하다. 역시나 굉장히 강력하다!

역시 새롭게(?) 등장한 무기이다. 전작들에서 등장한 것과 비슷한듯 하면서 다르다. 전작에서는 손목의 장비를 던지면 그것이 그 자체로 타이머가 지나면 폭발하지만 이번 녀석은 보는 바와 같이 그 안의 소형 폭탄이 튀어나와 적을 추격한 후 일정시간 후에 폭! 발! 한다.


그리고 도저히 글에 실을 수 없는 인간을 깍뚝 썰기 해버리는 그물망까지 그대로 등장했다.


프레데터 시리즈는 이처럼 간단하지만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디테일을 일구어낸다.


어찌 보면 인간이 자각하지 않으면 어찌 해볼 수 없는 엄청난 강함과 기술력을 가진 외계존재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코스믹 호러적인 장르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프레데터는 작품을 만든 감독들이 직접적인 설정들을 많이 던지는 것이 아닌 영화에서 등장한 힌트들을 보고 관객을 넘어 팬이 된 사람들이 이런 저런 가설들을 덧 붙여 만들어나가는 세계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4편이 특히 망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화끈하게 이런 저런 설정이 이런 것들을 위해 던져졌다고 결말을 짓은 내용을 가지면 안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작품들은 관객들이 덕후가 되고 사람들 머리속에서 이런 저런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가는 열린 결말을 가진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자신이 생각하는 프레데터의 모습을 정해버리고 그것에 맞추어 작품을 진행하다보면 이러한 힌트를 통해 관객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시리즈들은 오히려 무너지게 된다. 관객들이 지금까지 그려오거나 상상했던 프레데터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접하게 되고 오히려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이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참으로 탈이 많은 시리즈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이'를 처음 접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 '또 어떠한 모습으로 나의 프레데터를 훼손시키는가?' 그러나 이것은 기우였다. 이 작품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1987년에 등장해 흥행을 일으켰고, 2000년대에 재 등장해 엄청난 흥행 참패를 맞이해 틀딱(본인 포함)들의 전유물 시리즈로 전락해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 이렇게 다시 좋은 작품으로 제작되고 후속작을 예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쁨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


라이벌로 불리우는 에일리언 시리즈도 이를 탄생시킨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를 통해 세계관을 강화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냈지만 결국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영광만큼 뽕(?)을 채워주지 못해 흥행에 실패하여 후속작의 등장이 묘연했지만 '에일리언7: 로물루스'라는 이름으로 촬영에 들어가 이번에 압도적인 영상미와 소름끼치는 연출, 그리고 전작들에 대한 엄청난 오마주로 우리에게 엄청난 환희를 선사해 주었다! 와! 어서 빨리 프레이의 후속작과 함께 추후에 이어질 에일리언 시리즈의 확대를 통해 우리에게 뽕맛(?)을 선사해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 고마워, 잘 가 파트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