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한 생각, 좋은 차는 좋은 삶의 증거일까?
안녕하세요. 김토끼입니다.
오늘은 제 자동차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학창 시절 인상 깊게 봤던 자동차 광고가 있습니다(이것을 안다면 우리는 동년배)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두 남성이 서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나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자신 있게 웃고 있는 남성뒤로 까만색 그랜져가 서있습니다.
(요즘 Z세대 분들을 모르는 광고일 겁니다.)
그랜져가 얼마인지도 모르던 학생이지만, 아 좋은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잘 지내고 있다"를 대변할 수 있는 거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그랜져 차키를 누르면 삐빅 하며 불어오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당시 저희 집에는 자동차가 없었습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없던 터라, 남들도 다 버스 타고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할머니를 따라 매주 장을 보러 가곤 했는데 마을버스 시간을 놓치면 한참을 걸어가거나,
다리가 아프셔서 못 걷겠다고 하시는 날에는 정류장에서 40분씩 앉아서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중. 고등학생 정도 시기입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 하굣길 쫄딱 젖은 채로 걸어가고 있는데 제 뒤로 클랙슨이 울려댑니다.
같은 반 친구가 지나가다 절 보고 타라고 외치던 것입니다. 그렇게 얻어 탄 차에서
보송하게 하나도 젖지 않은 친구와 그런 친구를 귀엽게 바라보는 친구 부모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여름에는 덥지 않고,
겨울에는 춥지 않고.. 비가 와도 안전하고 조용한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언젠가 꼭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스물다섯 살부터 자가용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 첫차는 중고 스타렉스였습니다(여러 상황이 있어서 싸게 얻어온 차)
20만 킬로 이상된 경유차라 엔진을 켜면 세상 요라 한 소리가 났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곳을 다니고
부모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제 아내(위인)를 만났습니다. 요즘 콘텐츠 보면, 남자소개팅 할 때
직업이 뭐래? 차가 뭐래? 자가야 전세야? 이런 걸 질문하던데..
당시 저에게 질문을 대입했다면, 저는 아무것도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꿈을 이루고 싶다며 직업 전환을 준비하던 시기라 소득은 겨우 생활비 충당정도..
타고 다니는 차는 20만 킬로를 뛴 스타렉스,
집은 월세 21만 원짜리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이십 대 중반 남성,
가진 것으로 보면 뭘 말할 수 없던 지점이지만,
사람하나 보고 시집와준 제 아내는 연애할 때에도, 제 기 안 죽게 "차가 커서 좋다"라고 하며 세차도 해주고
뒷 트렁크를 열고 누워서 도시락도 까먹고 하며 즐겁게 지내주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는 구형 산타페(개구리모양)를 500만 원 정도 주고 사게 됩니다.
이 차도 몇십만은 뛰었던 차라서 거의 기능이 없었습니다(엉뜨기능 없는 차=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움)
블루투스 연결이 안 되는 차라 USB 젠더로 노래를 듣고 했는데 그 마저도 단자가 안 맞아서
랜덤 플레이가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좋은 차는 아니었지만, 스타렉스를 타던 것에 비해서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신혼생활을 하며 바다도 보러 가고~ 여행도 많이 다니며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타던 어느 날 출근길에 보닛에서 검은 연기가 가득 올라오게 됩니다(엔진이상)
당황하며 카센터에 가보니 차가 너무 노후돼서 기본 골조가 휘었고(당시 핸들이 휘어있었습니다)
엔진도 주저앉기 전이라며 수리비용으로 200만 원이 예상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수리값이 차 값에 다다르던 지점입니다)
아내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새 차를 사야겠다고 하시며 박력 있게 결정하셨습니다.
당시 가용 현금이 천만 원도 안 되는 시점이라(봉천동 언덕아파트 시점), 아반떼나 k3정도가
가능한 가격이었습니다만.. 막상 차에 앉아보고 주위(지인, 딜러) 말을 듣다 보니 사람 마음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짤 보신적 있나요? 모닝 사러 갔다가 벤츠끌고 나온다는 얘기의 흐름말입니다.
모닝을 왜사, 그 돈이면, k3를 사지 -> K3를 왜사, 그 돈이면 소나타를 사지
소나타를 왜사 -> 그 돈이면(무한반복)
그 일을 실제로 경험합니다.
k3, 최대 sm6로 생각했던 제가 어느 순간이 되니 체로키 카탈로그를 보며.. 이 정도면 괜찮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때도 아내가 나섭니다.
"오빠 그만 내려놔. 그건 아냐."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안 들었다면 생명이 번쩍였을지도)
이후 다시 현실적으로 고민하며 안전한 차를 찾게 되고 지금의 우리 차인 말리부를 선택하게 됩니다.
쉐보레가 신형말리부로 한참 좋은 가도를 달리던 시점이었고, 2천만 원 을 3년 무이자 할부로 하고
5년 무상점검 등의 좋은 프로모션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고 정든 구형산타페를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좋은 차는 아니지만 타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저희 부부와 함께 전국을 탐험했던 차를
폐차신고 하던 날입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타고 다니던 차 폐차하셨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고잉메리호를 보내는 마음으로 타페를 보냅니다. (주석:원피스 만화에서 주인공 루피 일행이 처음 탔던 배)
안전하게 사고 나지 않고 달려줘서 고마워웠어 타페야
그렇게 다소 울적하게 차를 떠나보낸 뒤.. 한 30분 지났을까요?
선팅이 끝난 저희 부부의 새로운 차를 맞이하게 됩니다. 말리부 두두-등장!
세상에.. 지금 봐도 기분이 좋네요. 엉뜨에, 블루투스 스피커에, 자동으로 움직이는 시트
중고차 타다가 새 차 타면 신 세계를 경험합니다. 떠나보낸 타페에게 미안하지만, 새로운 차는
생각보다 금방 모든 것을 잊게 해 주더라고요(쏘리). 새로운 이름으로 '리부'라는 이름도 붙여줍니다.
그렇게 차만 타도 세상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먹고, 놀면서 시간이 지나가게 됩니다.
어느덧 3년 할부도 지나고 자동차에 대한 부담도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직업을 전향한 이후 직업도 안정적으로 기틀이 마련되기 시작하여 소득도 조금씩 늘던 시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마음을 완전히 뺏어가는 차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바로.. 제네시스 g80입니다.
이전에도 제네시스는 좋은 차, 비싼 차라는 생각은 했지만 저렇게 까지 예쁘진 않았는데
당시 제네시스 신형이 워낙 디자인이 잘 나와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고 도로 곳곳을 달리는 제네시스를 보며
제 나이또래 뭇 남성들의 가슴이 설레곤 했습니다.
직장에서도, 주변 친구들도 제네시스 너무 잘 나왔다. 사고 싶지만 돈은 없다.
한국 남성의 현실적 드림카(세단)는 제네시스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고.. 저 또한 동감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자동차 광고가 떠오르게 됩니다.
"잘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 "제네시스 정도면.. 정말 대답이 되지 않을까?"
저 차를 타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니.. 철없는 것을 알지만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겁니다.
아내에게 진지하게 얘기를 합니다.
g80 얼마나 예쁜지, 왜 필요한지, 엄청난 기능들이 있는지를 설득하였으나
아내(위인)는 아직 차가 쓸만하니 더 타고, 나중에 오빠가(제가 오빱니다) 직업이 바뀌면 사주겠다고 하십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의 커리어상, 이직은 전직의 개념입니다. 전사(1차 직업) -> 광전사(2차 직업) 개념)
그렇게 시간은 재깍재깍 잘 흐르고 -
완전 전직은 아니지만, 부분전직으로 아내가 말한 직업의 이름을 얻게 됩니다(명함획득)
하지만 아내(위인) 단호합니다.
아내: "오빠. 사람들이 오빠 직업이 머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말할 거야? 전사야, 광전사야?"
김토끼: "업무.. 상으로는 전사가 맞지"
아내: "그럼 전사인 거야. 더 레벨업 해야 돼"
정말, 찰떡같은 설득에 바로 납득을 해버리고 다시 현실 레벨업을 하면서
경험치와 전직을 위한 재료들을 모으다 보니
감사하게도 정말 전직 미션을 완료하게 되었습니다(승급완료)
그리고 다시 아내(철옹성)를 찾아간 저.. 과연 차를 바꿀 수 있을까요?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