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차를 타고 내리는 '하차감'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김토끼입니다.
지넌편에 이어 저의 자동차 변화기에 대한 두번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카페베네 화면으로 1편이 끝나서 당황하셨을 수 있지만..
저도 당황했던건 마찬가지입니다. 단편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자꾸 길어져서
분절점을 찾았던 것인데요~ 그럼 두번째, 내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 전직미션을 완료한 김토끼, 제네시스 g80에 도전하게 하다.
전사에 광전사가 되듯 2차 전직을 달성되고 난 이후 1~2달 정도 지나자,
예전에 아내가 생성했던 전직 퀘스트 보상이 떠오르게 됩니다.
(지난 대화 회상..)
사실 2차 전직은 하였지만, 전 직장의 특수성(n잡이 가능함)으로 인해 초기 연봉은 비슷한 터라
제네시스를 사는 예산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봅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직 퀘스트 완료와 미션 보상에 대한 언급을 하자마자
너무 쿨하게 "그래 차 바꾸자~"라고 하시더라고요.
세상에, 정말인가요? 제가 제네시스 타도 되나요?? 어린시절 봤던 그랜져 광고가 겹치면서 얼마나 설레이던지..
다가오는 주말에 가까운 제네시스 매장을 달려가서 g80에도 앉아보고 시세와 견적등을 받아 왔습니다.
당시에 현대차가 프로모션을 별도로 하지 않아 옵션을 포함하니 5천 후반이 나오더라고요.
어느정도는 할부를 포함해서 사더라도 절반정도는 현금으로 선 결재를 하고 싶었습니다.
적금, 예금으로 묶여있는 돈을 제외하니 가용현금이 조금 부족하여, 2~3달 정도 저축금액을 모아서 차를 사기로 결정합니다.
차를 사기로 결정하고나니 길에 돌아다니는 제네시스 g80만 봐도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오.. 내가 몇 달후에 탈 차잖아?(이미 기분은 타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관련 글과 유튜브 영상을 정독합니다. 내가 탈 차인데 잘 알고있어야지??
초,중,고 동창들 방에 이 기쁜 소식을 살짝 흘리기도 합니다.
김토끼: "요즘 제네시스 잘 나온것 같던데? 시승해보니 탈만 하더라고"
친한 동생의 gv70도 유심히 봅니다. 문을 여니깐 바닥에 제네시스 엠블럼이??
아니, 무슨 구슬을 돌리니깐 검색이 되네(제네시스 조작버튼 크리스탈 구) 역시.. 차는 제네시스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차를 사기 위한 기본 금액을 모으게 됩니다.
당시에 저축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는데 이왕 모은거 조금 더 해서 할부 금액을 줄여보자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또 흐르다보니
결국 제네시스g80을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금액이 통장에 모이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묘합니다. 막상 차를 바꿀 돈을 모으고 나니
이 돈으로 제네시스를 지금 꼭 사야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른 예금, 적금과 함께 조금 더 의미있는 투자를 하는것이 맞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이것 마치 저축의 원리와도 흡사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월급의 2~3배 정도의 수준은
목돈이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사회초년생때 월급을 저축한 금액이 천만원정도에 일때는
중고차를 사거나, 여행으로 돈을 소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네시스 g80.. 꿈에 그리던 드림카이고, 현실적으로 차를 사도 될 만큼의 돈을 모았고
차를 사도 저축이나 이후 계획에 지장이 없는 시점이었는데도..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그전에는 그렇게 눈에 아른거리던 제네시스 g80인데 언제든 살 수 있는 차라고 생각되자
꼭 필요한가? 지금 타고 있는 차도(리부) 불편한 건 없는데..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섭니다.
이쯤되니, 인정하게 됩니다. 제가 제네시스 g80을 타고 싶었던 이유가
차의 기능과 디자인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싼차를 탔을때 느끼는 감정이었단 것을 알게 됩니다.
보통, 하차감이라고 하지요.
물론 제네시스 g80이 벤츠나 포르쉐 같은(나머지는 잘 모릅니다) 고가의 외제차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제손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며 집 안에 중고차 한 대가 없어
온 가족이 걸어다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제 기준에서는 나름대로 목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내가 이만큼 해냈다는 뜻일꺼야"
"좋은차를 탄다는 것은 내 성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거야"
어릴때 봤던, '친구의 잘 지내냐는 질문에 그랜져로 대답했습니다' 말처럼 저는
좋은 차를 타야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제가 타고 다니는 차가 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결국, 본질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도 물론 제네시스 g80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됩니다(하이브리드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그 돈이면 할 수 있는 더 큰 일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소비는, 오늘의 삶을 빛나게 할 뿐이지만
현명한 소비는, 오늘뿐만아니라 내일의 삶도 빛나게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차를 살려고 모았던 돈을 합쳐서 경제적 자유와 성장을 위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이, 먹는 음식이, 입는 옷이 나를 다 설명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조금 어려워도, 남들에 비해 느린 것 같아도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노력하고 계신
모든 재테커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