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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내에게 명품백을 사주고 싶다.

by 김토끼


안녕하세요. 김토끼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숏츠를 보다보면

결혼을 앞두고 프로포즈를 하면서

명품백을 함께 선물하는 사진들을 볼때가 있습니다.


"프로포즈에 넌 감동이었어"라는 글 아래

샤넬, 구찌 등의 핸드백 상자사진이 함께 올라옵니다.

프로포즈와 예물백 등으로 명품가방을

주고 받는 사진을 보면 옛 생각이 납니다.


제가 결혼했던 10년전에도 프로포즈= 명품백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 저희 부부의 소득이나(이십대 중반)

한정되어있는 결혼 자금으로 인해

명품백, 다이아 반지 등은

생각지도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뭐라도 사주고 싶은데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이 없었습니다.

제 용돈 범위 내에서 사야하기에 몇십만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매장을 방문하게 됩니다.


당시 저는 가방이나 이런 브랜드류에 지식이 없었습니다(사실 돈도 없었..)

(닥스나 mcm, 폴로 매장만 해도 큰 마음먹고 들어가던 시절)

mcm 매장에 들어가서 직원분께 20대 여성 가방을 추천 받았습니다.

흰색 핸드백을 사서 아내의 집 앞으로 찾아갔습니다.


깜짝 놀래켜줄려고 비밀로하고 자동차 보조석에

가방을 놓고 모른척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image.png?type=w773 두근두근 - 차 문을 열면!?

제 머리속에서는 즐거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앗! 이게 뭐야!?(놀람) 오빠 너무 고마워!"(제가 오빱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귀에서 심장소리 들림) 아내가 차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으나

제가 상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차 문을 열고 들어온 아내는 세상 환한 미소로 저에게 인사하며

가방이 있는 줄도 모르고 바로 앉아버리더군요

(놀랍게도 실화입니다)


저는 가방이 깔리는 장면과, 아내가 웃고 있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오버랩되면서 기함을 토합니다.

결국 제 예물백(mcm..)은 다소 묘하게?

아내에게 선물되게 되었습니다.


명품백을 못사줘서 미안해하는 저에게

"명품백을 사면 거기에 맞춰서 옷도 구두도, 악세서리도 다 하게되는거래~

난 그런거 관심없고 편한 신발이랑 옷이 좋아~~ 괜찮아 오빠~~"라고 해주었습니다.


복 받은 남편인 저는 2015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돈 없는 남편에게 시집와준 아내에게 무엇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용돈을 모아 결혼 1주년때 아내에게 다이아 반지를 선물하였는데요.


?src=%22https%3A%2F%2Fblogthumb.pstatic.net%2FMjAyNTAyMDNfNDYg%2FMDAxNzM4NTc2OTg3MjQ1.nR7wx6Jq369N1YnXgkrgVuUAfYFQkcOEiBWkGC7u4UMg.Xwtjrq55QrNejZFgfa3d4EeeZNu7doTk54bWpEtykfgg.PNG%2Fimage.png%3Ftype%3Dw2%22&type=ff500_300 용돈을 모아 선물하였던 다이아반지


반지를 받은 아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제 머리에서 빛이 번쩍 튀었습니다.

그 이후 바로 다음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됩니다.

(예비 아내, 아내분들 잘 보셔야합니다. 칭찬은 신랑을 달리게 합니다)


제 두번째 목표는 뭐였을까요?! 아마 예상하시겠지만,

결혼 당시에 못해준 예물백이었습니다.


목표금액을 설정함에 있어 100만원 정도면

어떻게 되겠지!(명품 가방 가격에 대한 무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비밀이 생명이기에

회사 사무실 개인 케비넷에 봉투를 넣어놓고

한달 용돈을 받을때마다 일정 금액을 때어서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워낙 목표 금액이 크다보니..(당시 용돈 20만원)

가방을 살 돈을 모으는데 자그만치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결국 120만원 정도를 모았습니다.

(2 years Later)


다이소에서 파일봉투를 사서

열심히 꾹꾹 눌러쓴 편지와 함께

파일 봉투 한장한장에 10만원씩 넣어서 아내 앞에서 펼처보았습니다.


image.png?type=w773 2년동안 용돈을 모은 대규모 프로젝트 / 티끌도 2년을 모으면.. 무언가 된다.


엄청 놀라고 감동을 받는 아내를 보며

지난 2년간의 시간이 빛을 발하더군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아내손을 잡고

면세점을 방문하게 됩니다(여름휴가 해외 티케팅 한 시점)

120만원도 있겠다 포부도 당당하게 들어갔으나..

세상에 명품백은.. 제 생각보다도 훨씬 비쌌습니다.

image.png?type=w773 생각보다 살벌한(?) 가격의 가방의 세계


2년간 모은 용돈 120만원과 현대카드 포인트로 전환한 그린바우처(50만)을 합쳐서

170만원으로.. 겨우 기본 앤트리급 가방을 살 수 있던 것입니다.

이 마저도 샤넬 등의 가방은 아예 불가능하였습니다(태어나 처음 가본 샤넬매장)



몇 가지 브랜드를 두고 고민한 결과

아내처럼 깔끔하고 단아한 디자인이 포인트인

입생로랑 핸드백을 사게 됩니다.

인도장에서 가방을 받은후 아내의 모습입니다.

SE-aa30f293-85e0-4a2d-bbe8-9bdb2c22d77d.png?type=w773 스티커를 뚫고 나오는 아내의 미소


명품백은 필요없다고.. 있으면 불편하기만 하다던 아내는

세상 밝은 미소를(밝기로 따지면 태양광) 보여줬고 애지중지 하였습니다.

그 이후 중요한 자리에 아내의 곁을 로랑이가 함께헤 줬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걸 보고..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돈만 있으면 세상 좋은건 다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꽤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 동안 저희 부부에게도 소소한 변화들이 있었는데요.



서울에 첫 집을 사게되고, 저의 직업에도 변화가 생겼고

감사하게도 소득 등에도 어느정도의 여유와 변화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결혼 10주년을 맞는 해인데요.

아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을 하다가

가방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뭘 갖고 싶은지 묻고

몇날 몇일을 인터넷 탐색(블로그, 유튜브 등)을 하던 아내는

프라다 백팩을 선택하였습니다(실용성, 디자인 등)



아내와 프라다 매장을 방문하는 날이 되었고

백팩을 이리 매보고 저리 매보며 마음에 쏙 들어했습니다.



아울렛형 매장이라 할인도 괜찮다보니

아내를 이끌고 핸드백 매대로 가서 예쁜 가방을 하나 골라줬습니다.



"가방은 등으로만 매나? 어깨로도 매야지"라는

아찔한 오빠 멘트를 날리며

백팩과, 핸드백 두개를 사줬습니다(사람은 등과 어깨가 있다)

image.png?type=w773 사람에게는 어깨와 등이 있으니 가방도 두개


할인이 있어도 두 개를 사다보니 적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만..

여유자금(24년 부수입, 주식수익 목표금액 초과분)에서

산 것이라 연간 목표 저축금액 달성 등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요즘 아내의 출퇴근 베프는 프라다 백팩이 되었습니다.

코트에도 패팅에도 찰떡같이 어울린다고 하며

열심히 가방을 매고 다니십니다.

image.png?type=w773 이렇게 좋아하다니.. 진작 사줄껄..


그런 아내를 보고 있으면

저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집니다.



명품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가격보다 중요한건 취향인 것을 잘 압니다.



다만, 꿈만있는 돈 없고 가난한 남편과 결혼했던

제 아내의 지난 시간들동안

소박한 취향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제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는 곳에 가고

원하는 것을 먹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비싼게 취향일때

돈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분명 그렇게 되어갈것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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