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금을 보았다.

주워 담는 방법은

by 풍또집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적막한 거실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밤,

한 영상을 봤다.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화면에 뜬다.

작은 빨간 인형 하나를 들고 애지중지 안아주며 말을 한다.

"딸이에요. 딸. 잠도 없어."

"예쁘잖아요."



인형에 머리띠를 씌워주며 쓰다듬는 주름 가득한 손,

그리고 표정이 바뀔 생각이 없는 인형과는 상반되게도 행복이 가득한 할머니 입가를 보고선

막을 새도 없이 눈물이 펑펑 흘러나온다.



오랜 세월을 살아간 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 할머니.

치매로 흐릿해졌을 기억 중 가장 기억에 선명한 순간에 멈춰 사는 것일 텐데

그 순간이 갓난쟁이 아이를 키우던 순간인가 보다.



많이도 그리워했고 상기했던 순간이니 그만큼 기억에 선명해지기도 했겠지.



눈물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당장 조금 전만 해도 젖먹이를 방에 재우고 나왔음에도

후에 오늘 이 하루를 그리워할 미래의 내가 눈에 선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깝다. 아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어린 시간이,

너무도 붙잡고 싶은데 붙잡히지 않을 걸 아니 마음이 아쉬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



눈이 카메라이면 참 좋을 텐데

찍지 못하고 기억에만 남아버린 아이의 예쁜 표정과 말들이 떠오른다.



분명 아이들이 모두 잠들기 전에는

집을 어지르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던 순간만 눈에 크게 들어왔건만

갑자기 왜 이리 예쁜 모습만 눈에 선한 건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반복해서 재생되는 영상에서 '잠도 없다.'라는 할머니 말이 계속 울린다.



신생아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아이가 자지 않는 순간.

세상 모든 피로는 다 나에게만 오는 것만 같은 그 순간이

현재에 머무를 때는 그저 힘듦인데 과거로 지나가버리면 저리 행복한 기억이 되는 걸까.



그 누가 길에 떨어진 금덩어리를 보면 단 하나라도 길에 그대로 남겨두고 싶을까.

양손 양 발을 다 써서라도,

아니 입 안과 속옷 안에 넣어서라도 어떻게든 보이는 모든 금을 챙겨 넣고서야 발을 뗄 것이다.



내일은 또 잊을 다짐이지만

오늘도 다짐해 본다.

당장은 힘들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보석 같은 시간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잘 주워 담아 두자고.



앞으로 수십 년을 내 자식으로 살아가며 아이들은 계속 변해갈 테지만

손과 볼이 오동통한 오늘의 모습은 언제나 아이들 얼굴 위에 겹쳐질 것 같다.

다 큰 나를 보던 엄마의 시선이 조금은 이해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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