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말고 다른 남자에게 설레었다.
나는 요즘 자주 설렌다.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그가 웃는 걸 보면 안 좋은 일이 있다가도 기분이 사르르 풀린다.
그를 보고 있자면 가끔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는 남편을 사랑하고 이제는 존경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요즘의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건 남편은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는 남편과 이런 설레는 감정을 느꼈던 건 꽤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남편과의 잔잔하고 안정적인 생활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이게 바로 설레는 감정이었지.'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남편도 내 변화를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도 남편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나를 설레게 하는 그는 거침이 없는 편이다.
나와 함께 있을 때면 그는 언제나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고
내 몸 이곳저곳을 훑으며 간지럽힌다.
그의 손은 보드랍고
가까이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마저 사랑스럽다.
살이 맞닿는 그 느낌이 너무도 좋다.
난 스킨십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데 당황스러울 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그의 앙 다문 입이다.
그는 자주 어떤 것에 골몰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그는 입을 앙 다무는 습관이 있다.
그 고집 있어 보이는 입이 귀엽기만 하다.
남자에게 귀여움을 느끼면
그건 이제 헤어 나올 수 없는 단계라던데
이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난 그가 빼입은 모습도 좋아하지만
집에서의 자연스레 머리가 삐져나온 편한 모습도 좋아한다.
남편은 새벽까지 일을 해 퇴근이 늦은 편이고
나는 밤에 남편 없이 잠이 들 때도 자주 있다.
그럴 때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결국 참지 못하고 난 그의 옆으로 가 눕고 만다.
깨우지 않고 잠시 누웠다 가고 싶었는데
그는 깊은 잠에 들었다가도 내가 옆에 다가가면 금세 알아차리고 다정히 다가와 내 몸에 그의 몸을 밀착하고
나의 살과 그의 살이 닿으면 이내 다시 잠이 든다.
나도 그의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잠에서 깨 남편이 오기 전에 그를 떠나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간다.
난 그에게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내 재산도 줄 수 있고,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난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언제나 그의 옆에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그는 내가 누군가의 아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난 다른 이의 아내이고 언젠가 그는 다른 사랑에게 보내줘야겠지.
그의 이름은 동동,
10개월 된 내 둘째 아들이다.
첫째와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처음 아이를 키울 때의 긴장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전보다 조금은 더 안정된 생활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시는 못 겪을 내 아이의 어린 순간이라고 여겨서일까
난 겪어본 적 없는 깊은 사랑을 하고 있다.
나는 한 여자였다가
누군가의 아내였다가
이제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엄마의 지독한 자식 사랑에 물들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