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눈으로 보는지가.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곳은 두 군데이다.
하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요거트를 파는 집 근처 마트이고
또 하나는 '고마워토토'.
아이에게 "오늘은 뭐 하고 싶어?" 혹은 "여행 가서 뭐 하고 싶어?"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시간 장소 상관없이 언제나 이 두 장소 중 하나를 가자고 이야기하곤 한다.
"요거트 사러 파머스 가야지~"
"우리 고마워토토 가믄 되게찌~"
고마워토토는 흙놀이터에서 1시간 수업을 받는 공간이다.
아이는 매달 한 번은 고마워토토에 가고 있다.
원래는 아이가 어려서 꽤 여러 차수에 보호자가 함께 수업을 듣는 위드맘 수업을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는 두 번 빼고는 모두 나와 함께 수업을 들어갔었다.
수업이 너무 따스한 분위기라서 부담스럽다는 남편이기도 했고 나도 포근한 흙을 밟으며 아이와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게 좋았다.
최근에는 개월수가 차면서 위드맘이 아닌 분리수업을 들어가게 됐고 수업에 보호자가 동행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나는 엄마 손이 더 필요한 작은 아이 옆에 남고 아이는 아빠와 함께 수업을 간다.
누구와 가는지는 상관없이 아이는 언제나 고마워토토를 가기 전 날부터 설레하고,
다녀온 뒤에는 수업 때 만든 요리를 자랑하며 활짝 웃는다.
고마워토토를 다녀온 날이면 어김없이 이 말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가! 예뻐써."
가장 최근 고마워토토 수업을 간 건 약 2주 전.
난 남편과 아이의 저녁을 준비해 두고 작은 아이를 밥 먹이고 있었다.
작은 아이가 밥을 먹으며 처음 보는 재롱을 부렸고 난 그걸 영상으로 찍어 가족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답을 보냈다.
"귀엽다. 근데 풀이는?"
"풀이는 아빠랑 놀러 갔어."
"와, 너무너무 좋은 아빠다."
.
.
.
난 항상 남편이 정말 좋은 아빠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언제나 진심으로 아이를 공감하려 노력하고
어떻게든 아이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며
아이가 호빵맨 놀이를 하고 싶어 하면 기꺼이 세균맨이 되어 펀치를 맞아내는 우리 집 히어로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좋은 아빠다.'라고 단번에 감탄하는 그 말을 보고 있자니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와 놀러 갔다고 해도 '와, 너무너무 좋은 엄마다.'라고 했을까?'
남편이 좋은 아빠라는 것에 누구보다 동의하는 한 사람이지만
너무도 쉽게 나와버린 그 단어에 나는 배알이 꼬였다.
누구에게 인정받으려고 육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 자신과 싸우며 최선의 모양으로 내 아이를 대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엄마는 가정 안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길러왔고
아빠는 밖에 나가 사냥을 해오고 가족이 사는 집을 지켜왔다.
요즘 시대에 누가 그런 걸 따지겠냐 하겠지만
오랜 시간 살아온 방식을 빠르게 우리의 관념에서 지워버리기엔 너무도 그 방식의 시간이 길었다.
그렇기에 일을 하고 돌아온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갔다 온다는 것이 좋은 아빠라는 인식을 단박에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현재 일을 안 하고 있으니 어쩌면 내가 아이와 시간을 내서 놀러 가는 것이 당연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모든 사실을 머리로 알고 있음에도
내 마음은 꽤나 언짢았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난 인정을 바랐을 수도 있겠다.
"너 참 힘들겠다,"고.
"힘들겠지만 잘 해내고 있다,"고.
그렇지만 누가 알아주는 것이 뭐 그리 중할까.
아이는 나와 시간을 보내던 아빠와 시간을 보내던 그 시간 안의 행복을 찾아내며 활짝 웃을 뿐인데.
다른 이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만을 보려 눈길을 돌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