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애 둘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절망에서 극복까지

by 풍또집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에 뭐가 있는 것인지.

처음 사진 강의를 듣고 후보정이라는 것을 접했던 그 도시에서

또 한 번 사진 수업을 듣기 위해 어떤 스냅 작가님을 뵙기로 했다.



설렘을 그득히 안고 도착했던 부산역

돌아가는 길엔 절망이 발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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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인터넷 검색을 한참 하고 있었다.

만삭 촬영 레퍼런스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한 사진을 봤다.

당연히 외국일 거라 생각했는데 적힌 글씨가 한글이더라.

출처를 보니 인스타 계정으로 이어져있다.



가상에 꾸려진 그의 공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뭐랄까,

'아주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달까.



비틀어 찍었는데 안정되고

각을 딱 맞춰 찍어도 장난스러웠으며

비튼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를 애매함마저 눈에 편안히 들어왔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해가 떠도

그 상황의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 아닌

그때의 빛과 색이 가진 맛을 찾아낸 순간들이었다.



한순간에 매료되었다.



연락을 넣었다.

강의료를 내고 사진 강의를 받을 수 없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거절.



포기할 수 없었다.

전국 어디든 부르는 곳으로 가서 촬영하신다는 글을 읽고는

촬영 문의를 넣었다.



다행히 이번엔 수락.

그러다가 나중에는 부산으로 오면 아주 사진 강의를 해주시겠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그렇게 찾아간 부산이었다.




집으로 찾아뵌 작가님은 너무도 좋은 사람이었고

그의 가족마저 잠시를 봐도 분명히 선한 이들이었다.

(심지어 그의 강아지까지 말이다.)



덕분에 찰나일 거라 생각한 강의는

아침 일찍 시작하여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할 때까지 이어갈 수 있었고



이제껏 강의 문의를 받았지만 수락한 건 처음이라던 작가님은

정말이지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시는 듯했다.



여러 요청 속 작가님의 하필 내가 첫 수강생이 되었다는 것

사실은 대전 촬영은 오시지 않았는데 나의 촬영으로 대전 첫 방문을 오신다는 사실

그리고 강의 내내 알려주신 내용의 상냥함에 배꼽 부근 어딘가가 근질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반나절의 벅참도 잠시,

강의 후 내 사진을 일일 스승께 보이며 부끄러웠고

짚어주신 배워야 할 것들에 절망했다.



나는 기본도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익혀야 할 것들이 셀 수가 없더라.



지금은 미약하지만 어제보다 하나라도 나은 걸 만든다면

언제고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 거라는 결심이 무색하게

작가님이라는 큰 산이 나를 덮어 삼켰다.



망쳤다던 그의 첫 촬영은

물론 현재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마저도 천재적이었으며

그 천재는 무언가를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그 능력의 선을 넘어서고 있는 듯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성실함밖에 없는 내가

저런 재능과 공존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고



배울 것을 하나 생각해냄과 동시에

책임져야 할 것들 또한 함께 하나씩 떠오르니 어깨가 무거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배우고 연습하는데 써야 할 시간이 수없는데

빨간 날도 연차도 없이 출근해야 하는 직장과

휴무날엔 챙겨야 할 집안일과 아이들이 잔뜩이지 않은가.

(심지어는 엄마 아빠가 모두 수술을 하고 병원을 드나들고 있었다.)



촬영을 나갈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이틀뿐이었으나

아이들을 봐줄 이가 없어 그 이틀을 온전히 배움에 쓸 수 없다.

사실은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여도 내가 아이들을 필요로 했다.



아이들의 삶에 내가 지워질 것만 같은 두려움과

내가 할 일을 놓치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나를 감쌀 때

눈을 돌리니 보이는 거실에 쌓인 장난감까지 보고는 그저 소파에 눈을 감고 누워버렸다.



그때 남편이 한마디 했다.

"여보. 다른 거 다 할 필요 없어. 렌즈 필요하다고? 그거부터 바로 알아봐서 오늘 사."



그래,

겁먹고 움츠러들 시간에 뭐 하나라도 시작하면 되는 것을.



카메라 렌즈를 샀고

돈을 써서일까, 힘이 났다.



렌즈를 샀으니 새 장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촬영을 생각했다.

조만간 만나기로 한 커플에게 연락해 스냅을 찍어주기로 했다.



사진 찍을 생각에 설렜다.

돈이고 뭐고 다 떠나서 내가 왜 사진이 하고 싶었는지가 생각났다.



남들이 얼마나 잘하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내가 좋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엄마가 이고 지고 가야 할 책임이 너무나 많았으나

그 또한 남편이 덜어주겠노라 함께 걸어주었다.

남편이 어려울 때는 친정엄마가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나의 꿈을 존중하고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가족이 있어

그저 엄마이고 아내이던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집에만 살던 엄마가

집을 나서 꿈을 이뤄보려 한다.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청춘처럼 꿈을 쫓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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