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 출처 : 연합뉴스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인프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서버의 열을 식히는 냉각 기술은 필수 요소로 떠오르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두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엇갈린 성적을 냈지만, 공조 설루션 분야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두고 비슷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주목한 시장은 향후 20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플랙트그룹 / 출처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독일의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에 본격 진입했다.
플랙트는 중앙공조 설루션과 데이터센터 냉각 설비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삼성은 이를 통해 기존 가정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산업·인프라 중심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플랙트는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이 프로젝트에 공급하며, 계열사인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을 담당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도 해상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서며, 그룹 차원의 연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플랙트의 냉각 시스템까지 통합 공급할 수 있다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의 초대형 냉방기 ‘칠러’ / 출처 : LG전자
LG전자는 삼성보다 일찍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에 뛰어들어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설루션을 공급해 왔다.
특히 액체냉각과 액침냉각 기술에 집중하고 있으며, 칠러와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고성능 제품군도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CDU는 현재 LG유플러스의 대형 데이터센터에 공급돼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용화 이후 수주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액침냉각의 경우 GRC, SK엔무브와 협력해 통합 솔루션을 구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통해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MS가 구축하는 데이터센터에 LG 설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LG전자는 자체 CDU에 대해 엔비디아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인증을 받게 되면 향후 AI 서버용 냉각 설비 시장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LG전자 냉각수 분배 장치 /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산업 육성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HVAC 기술은 열 관리, 에너지 효율, 탄소중립 등 주요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정부는 지방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직접 송전하는 HVDC 인프라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전력망 혁신은 HVAC 시스템 효율 향상과 연결되며, 냉각 기술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경기도 시흥·광명 산업단지에는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연간 수만 가구 분량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으며, 향후 전국 단위 확대도 논의 중이다.
또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정책을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기능 강화 등 HVAC 산업을 지원할 행정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삼성·LG / 출처 : 연합뉴스
HVAC 산업은 기존 빌딩이나 주거용 공조를 넘어서, 데이터센터·반도체·AI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설비로 전환되고 있다.
2024년 약 610억 달러 규모인 시장은 2030년 990억 달러(약 14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까지 포함하면 총 202조 원에 이른다.
삼성과 LG는 각각 인수와 기술 개발, 글로벌 협력 전략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하드웨어를 넘어 에너지 효율과 탄소중립까지 아우르는 설루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공조 기술이 전력 사용과 직결되는 만큼, 이 분야의 선점은 산업 전반의 운영 효율과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결국 누가 더 효율적인 냉각 기술을 갖췄느냐가 이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