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출처 : 연합뉴스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던 구조였지만, 엔비디아가 HBM4부터 복수의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멀티벤더’ 체제를 시사하면서 경쟁 구도가 본격화됐다.
조용히 준비하던 삼성전자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며 양사의 경쟁이 가시화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부터 HBM4 샘플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로써 기술력뿐 아니라 가격, 생산 안정성, 공급 능력까지 종합적인 경쟁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출처 : 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엔비디아는 HBM4부터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복수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세 업체 모두 훌륭한 제조사이며, 우리를 위해 대규모 생산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한 APEC 정상회의 기자간담회에서는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의 HBM4 샘플을 확보했고, 잘 작동하고 있다”며 “두 회사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품질 테스트가 완료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10월 말 실적 발표에서 내년도 HBM4 공급 계획을 주요 고객사들과 확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 협의 중이며, HBM 생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수요는 여전히 공급보다 많지만, 멀티벤더 체제에서는 공급사 간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
SK하이닉스가 독점하던 구조에서는 높은 단가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수주량 확보를 위해 단가 인하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앞다퉈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기존 D램 라인을 HBM용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증설을 추진 중이며,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청주 M15X를 중심으로 HBM4 생산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완공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용인 국가산단에 6개의 반도체 팹을 구축할 계획이며, 2030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멀티벤더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력 개선과 생산 안정성 확보가 있었다.
HBM4, HBM4E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고집적 적층 기술도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한때 불거졌던 품질 논란도 개선하면서 고객 신뢰를 회복했다.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고객사에 맞춘 커스텀 제품도 빠르게 인증을 완료하며 공급을 늘렸다. 기술 개발, 품질 개선, 맞춤 대응 등 여러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MR-MUF 패키징과 초기 안정 수율 확보로 대응하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는 초기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삼성과 마이크론의 대응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 / 출처 : 연합뉴스
멀티벤더 체제의 도입으로 HBM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술력, 가격, 생산능력, 맞춤 전략까지 모든 요소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누가 더 빠르게 대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하느냐가 향후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을 포함한 전체 메모리 시장은 앞으로 캐파 확보 속도와 단가 경쟁력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생산라인 확충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