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은퇴를 앞둔 이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올해 60세가 되는 김모 씨는 최근 “일할 의욕도 능력도 충분한데, 법이 은퇴를 강요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이와 같은 목소리는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다가올 초고령사회, 연금 공백과 노후 빈곤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정년제도가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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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이 5년간의 소득 공백은 많은 고령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5년간의 공백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존엄과 자립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한 경제학자의 말처럼, 정년 연장은 노후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4년에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맞추겠다는 법안을 내년 초 발의할 계획이다. 여야 모두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안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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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한 곳은 행정안전부였다. 공무직 근로자 2,300여 명의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서, 그 시행 방식과 효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1964년생은 기존 60세에서 63세로, 1965년~1968년생은 64세로, 1969년생 이후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무직 정년 연장은 고령화와 소득 공백 문제를 고려한 첫 조치”라며 “타 부처로 확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정년 연장뿐 아니라 처우 개선의 신호탄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고령 노동자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되며, 사회의 생산적 기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은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아예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은 1986년 정년제를 폐지하며 나이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이제 기업은 나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영국 역시 2011년 정년제를 폐지하며 연령 차별을 방지하고 고용 평등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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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없어지면 고령 노동자들의 숙련된 경험이 계속 활용될 수 있다”는 한 영국 고용 전문가는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대만 또한 노동 기준법을 개정해 정년 제한을 삭제하고, 고용주와 근로자가 퇴직 시기를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일본은 정년을 유지하면서도 퇴직 후 재고용하는 ‘계속고용제’를 통해 기업 부담을 덜고 있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 이득”이라는 일본 기업인의 발언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년 연장과 폐지 논의는 단순히 고령화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노동권과 존엄성을 보장하며,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다. 다만, 임금 체계와 고용 시장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정년 연장은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를 완화할 수 있지만, 젊은 세대의 고용 기회와 충돌하지 않는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고령화 시대에 맞는 정년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각계의 치열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