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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Nov 26. 2022

나 홀로 아일랜드 워홀 여행기

변태 주의 1

변태 주의1



홈스테이는 3주를 결제했다. 출국 전 아일랜드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글을 보았는데 나는 막연하게도 당연히 그동안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에이 안 구해지면 얼마나 안 구해지겠어 3주 내내 집 보러 다닐 건데 그 안에는 구하겠지 '



그리고 그것이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첫 한 달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외국인 등록증 발급, 어학원 수업 듣기, 버스카드 충전 등등 자잘한 일들로 바빴다. 또 안 쓰던 영어를 쓰려니 금방 피곤해져서 오후 6 시면 잠이 쏟아졌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기 시작한 것은 홈스테이가 이주일 즘 남았을 때부터였다.


여기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는데




1. 페이스북에서 룸메이트 구한다는 글을 검색한다. 

2. 다프트에 들어가 원하는 조건 필터 해서 구한다.




두 방법 모두 맘에 드는 집을 찾으면 자기소개서를 보내고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한국과는 달리 집을 사고팔 때만 부동산을 이용하고 렌트하는 것은 개인 간의 거래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여서 돈이 있어도 집 구하기는 어려웠다.


혼자 살 수 있는 집이 없고 있어도 너무 비싸서 무조건 누군가와 방을 같이 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룸메이트 맘에 드는 것이 중요했다. 사이트에는 온갖 종류의 집이 있었다. 



거실을 방으로 만들어 세주는 집, 코딱지만 한 방에 이층 침대 두 개 놓고 침대당 금액을 받는 집 아니면 더블침대 하나를 같이 쓸 룸메이트를 구하는 집 등등.. 



나는 최소한 침대만큼은 혼자 쓰고 싶어서 더블침대 룸메이트는 거르고 나머지 글에만 수십 개의 메일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는데 한 곳에서 답장이 와서 오라는 시간에 그 아파트로 찾아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오라고 한 건지 10분에 한 명씩 집을 보러 들어와서 집 안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거실 하나에 방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집주인이 쓰고 남은 하나는 싱글 침대 세 개가 들어있는 방이었다.(2개는 이미 다른 여자들이 쓰는 침대) 그 침대 하나에 430유로 가스/전기세 별도.(한국돈으로 50만 원 정도) 위치는 시내 중심가였고 마트도 5분 거리에 2개나 있었다. 



한방을 셋이서 쓰고 내 홈스테이 종료일보다 일주일 후에 입주할 수 있었지만 호스텔에서 지내면 되니까 문제 될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계약하겠다고 했다.



' 지금 계약금 걸면 다른 사람들은 집 안 보여주는 거 맞지? '



이렇게 물어보니 집주인이 맞다고 해서 나는 현금으로 250유로를 건네고 입주일 날 보자고 말한 뒤 나가려는데 집주인이 나를 굳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준다는 것이다. 



어색하게 집주인과 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집주인이 '너 귀엽다' 라며 손등으로 내 볼을 스윽 쓰다듬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당황스러웠지만 이제 내 집주인이 될 사람이니 난 그저 하. 하. 억지웃음 지으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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