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창고

죽이는 팀인데? _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 2021

by 김민준

적진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른바 ‘팽’당한 감독을 데려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숙고가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됐다. 제임스 건의 <더수어사이드스쿼드>는 <수어사이드스쿼드>를 새롭게 가공해내며 DC 유니버스가 도약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애매 쩍은 캐릭터 활용과 조각난 서사로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피하지 못했던 전작과 달리, 제임스 건의 스타일 아래 응집력 있는 영화로 재탄생했다.


오프닝시퀀스 하나로 이 영화의 스타일과 지향하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낸다. 영화에서 작전에 투입되는 팀은 두 개 그룹이다. 하지만 오프닝시퀀스 내내 이 사실을 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한 팀의 동선만을 따라가게끔 한다. 그렇게 관객 눈에 익은 팀은 작전 지역에 먼저 상륙하고, 가장 코믹한 방식으로 그 자리에서 거의 전멸하게 된다. 그들에게 왜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별칭이 붙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연출이다.


더수어사이드스쿼드1.jpg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각 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 역시 탁월하다.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를 설명하기 위해서 딸과의 면회 장면을 넣었다. 대화를 통해 그의 엉뚱한 가치관과 열악한 가정 상황을 집약해 설명해낸다. 랫캐쳐가 아닌 랫캐쳐2인 것 역시 짧은 전사만으로 인물을 충분히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피스메이커에 대해서는 ‘평화를 위해 누구든 죽인다’는 모순적인 설정으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부여한다.


영화에서 아이들을 해치겠다고 말하거나 아이들의 목숨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공격당한다. 할리퀸이 쏴죽인 대통령이 그랬고, 부하 직원에게 뒷통수를 후려 맞은 월러가 그랬다. “아이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대사를 기어코 화면 내로 들인 것은 제임스 건 나름의 변론으로 읽힌다. 제임스 건은 과거에 작성했던 트윗으로 소아성애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수어사이드스쿼드’라는 제목 그대로 피와 살인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지킬 선이 있다는 철학이, 연출자의 상황과 맞물려 메타적 감상을 이끌어낸다.


이 영화가 더 흥미로운 건, 이런 메타적 유머가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이질감 없이 스토리에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작은 성취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빈약해보였던 랫캐쳐2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제임스 건이 연출자로서 테스크 포스x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쥐(rat) 취급을 받는, 사회적으로 폐기된 인물들의 연대라는 의미를 부각해 테스크 포스x에 정체성을 주입한다. 빌런에게 영웅 서사를 입혀 억지 비장미를 기대한 전작과 사뭇 다르다.


더수어사이드스쿼드2.jpg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물론 기대를 모조리 충족하는 영화는 아니다. 할리퀸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소구력은 전작에 비해 떨어진다. 프랜차이즈스타인 만큼 할리퀸에게 별도의 시간을 할애한다. 할리퀸이 팀에 합류하는 건 중후반 이후부터인데, 그전까지 할리퀸의 스토리는 메인 스토리보다 비교적 느슨한 인상이다. 다만 이 역시 제임스 건 특유의 연출로 어느 정도 상쇄된다. 할리퀸의 액션 자체는 <버즈오브프레이> 때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장창을 들고 벌이는 탈출씬에서는 빠른 편집으로 타격감을 한껏 높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급의 장력, 그 틈에서 제 이름 찾기_ <더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