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면서 중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전문적인 경험을 쌓고 싶었다.
전공의 수련을 받으면서도 알코올 문제나 오피오이드 진통제 장기 사용에 의한 의존 문제를 가진 환자들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학병원 특성상 중독 세부 전공을 하지 않은 기분이나 정신증 전문 교수님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최신 가이드라인과 치료법을 논의하면서 환자를 보았다.
그리고 박사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하면서도, 사회적 행동의 문제를 도파민이나 관련된 뇌 부위인
선조체와 도파민이 분비되는 VTA로 설명하려는 가설을 가지고 자세한 기전을 찾기 위해
전기생리학 및 행동 실험을 지속하였던 것이 중독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일으키게 되었다.
중독 문제는 현재 사회적 키워드로 각광받는 ‘도파민’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이 되고,
신체 외부에서 뇌에 영향을 미쳐서 도파민의 분비를 수배에서 수십배 늘리는 외부 ‘물질’들에
의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물질 사용 장애’라고 정신과 진단 기준인 DSM-5에서 정의하고 있다.
처음에는 약물에 의하여 뇌 내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고 그로 인한 감정 상태 - high 또는 고양감을
느끼게 된다. 이 고양감은 평소에 우리가 접하는 사회적 생활이나 맛있는 음식, 성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양감을 느끼게 하고, 우리 뇌는 고양감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
관련된 모든 것들 - 약물, 사람, 주시기, 팔의 느낌, 약물을 넘기는 느낌 등 모든 세세한 상황들을 학습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오거나 지루함이 몰려들 때, 다시 뇌는 고양감을 찾게 되고
우리의 영리한 학습 기계인 뇌는 단 한번의 강한 고양감을 잊지 못하고 다시 약물을 찾게 된다.
알코올, 담배 등과 같은 도파민의 분비가 수배에 이르는 물질은 장기간 - 수십년간 반복적인 노출로
서서히 뇌를 적응 시키고 벗어날 수 없게 한다면
필로폰과 같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작용을 해서, 도파민 분비와 시냅스 내 재흡수를
모두 늘리는 강력한 기전을 가진 약물에 노출되면 한차례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고양감을 느끼게 되어
살면서 다시는 느끼지 못할 그 절정의 경험을 느끼기 위해 약물을 찾게 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마약 대책은 절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며, 일반 사람들을 겪지 못한 그 고양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중독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진료를 익혀가면서
너무나 잘 퍼져있는 인식과 오해를 겪을 수 있었다.
중독이 있는 사람들은 잘 낫지 않고, 의사도 가족도 포기하게 된다.
금방 다시 술을 마시게 되고, 이건 평생 나을 수 없다. 다시 태어나야한다.
치료자도 기대감이 낫기에, 알코올 문제로 간경변이 오고 내과에 와서
정신과 협진을 볼 때는 잠깐 술을 안 마시고, 입원을 하는 동안에는 다시는 술잔을
입에 대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퇴원하고는 한두번 외래에 방문하고 이내 오지 않고.
외래에 와서도 같이 온 보호자의 성화에 못 이겨 왔거나, 다시는 정신과에 오지 않겠다고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부정적인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되고, 주변의 중독 전문가 동료들의 지혜를 묻게되는데
최근 중독 치료의 트렌드는 ‘동기 면담’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동기면담, 어떻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공자님 말씀 같은 좋은 얘기이지만,
이 또한 다른 심리사회적 치료와 같이 기본 이론을 숙지하고 실천적인 방법들을 따라야하는
엄연한 효과적이면서 과학적인 방법의 하나이다.
알코올 문제로 건강검진에서 간수치의 이상으로 처음 대학병원 내과에 가는
40대 남성의 상황을 살펴보면,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우선 본인이 놀라고 겁나기도 했고
드디어 올게 왔구나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자책했겠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하면 아내는 화를 내며 그러게 술을 작작 마시지 그랬냐고 언성을 높였을 것이다.
부모님이나 회사 동료에게 말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 자신을 챙기지 않았냐고.
술 마실 때는 즐겁게 마시던 사람들이 걱정과 함께 비난을 함께 얹어줄 것이다.
그리고 내과에 가서는 전문의가 자세한 검사 결과와 함께 청천벽력 같은 약하면 알코올성 지방간,
심하면 알코올성 간경변 얘기를 하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것이다.
당신 그러다가 병이 악화되고 간이식을 받거나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상황을 극대화하여, 내가 적어봤지만. 긍정적이고 격려를 할 구석이 많지 않은
한국의 정 - 걱정과 잔소리, 또는 등짝 스매싱의 조합이라 생각이 든다.
그럼 이렇게 걱정 한마디, 잔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이고 스스로 변화하도록 동기를 이끌어 낼 수가 있을까.
걱정, 잔소리, 비난을 동기면담에서는 교정반사(correction reflex)라고 한다.
치료자가 자신의 마음을 살펴 교정반사를 지양하고 비판단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로,
내담자의 얘기를 듣고 스스로 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돕는 기법이 동기 면담이다.
모든 면담과 같이, 신뢰를 기반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변화의 장애가 되는 부분을 찾아
양가감정을 다뤄 변화의 방향으로 이끌고, 변화가 이루어질 때 강화하는 방향으로,
충고나 설득 등 치료자의 입이 아닌 함께 생각하고 내담자가 스스로 변화를 말하도록 하는
긍정적이고 전인적인 기법이다.
나는 지금도 중독 문제 뿐만 아니라 기분문제 등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분들이
외래에 오시면 가급적 동기 면담의 원칙을 따르려고 한다.
내담자들이 집에서 얼마나 많이, 자주 교정반사를 겪었을까 생각이 들고,
스스로 재밌는 것을 찾고 꾸준히 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것이 결국 치료의 목적이 아닐까.
이를 더 확장해서, 내가 접하는 세상에 구성원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동기를 스스로 찾고 - 주변사람들이 격려해주고
서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얼마나 아름다고 발전하는 세상이 될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