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면담에 대하여

by 뇌사랑 뇌곁에

중독 진료는 내가 새로운 가치체계를 기반으로 진료를 하는 경험이었다.

기존의 의학적 모델인 전문가가 환자를 지도하고 알려주는게 아니라, 정말 협력하고 내담자를 중심으로

내담자가 바뀌기 원할 때까지 기다리고 격려하는 방법이었다.


1983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가 알코올 문제를 동반한 환자들에게 저항을 덜 유발하고자 면담 방식을 고안하고 발표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1991년 영국의 심리학자인 스티븐 롤니크(Steven Rollnick)가 함께 이론 정립 및 매뉴얼 집필을 하게 되어 널리 보급 된다.

동기면담은 기존의 전문가 중심의 행동주의 치료나 직면을 하는 - 한국인이 사랑하는 단박에 깨우침과 도에 이르게하는 - 접근은 환자가 진료에 대해 저항을 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한다. 그리고 결국, 환자 본인의 음주 습관을 유지하게 하는 결과에 이르기 때문에, 접근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스스로 진료실에 오게하고, 금주를 하지 못해도 삶에 참여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면 가장 치료적이지 않은가. 나도 내 진료실에 오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진료실에 오는 것에 대해 불편감을 줄이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양가감정을 다루고, 불편한 점을 바꾸면 진료실에 올 수 있을지 질문하여 내가 바꿀 수 있으면 바꾸고자 한다. 그리고 환자가 스스로 바꿀 수 있다면 격려한다. 이처럼 동기면담은 알코올 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 약물 문제, 정신질환, 그리고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까지 적용이 되고, 환자 중심 의료 문화로 시대적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미 40년 전에 변화한 동기면담이 태어난 의료 문화의 기반에는, 인간중심 치료가 존재한다.

인간중심 치료는 1950년대에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진료 철학 -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과 공감적 이해, 그리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치료 관계를 통해 환자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따뜻하고 인본주의적인 임상과 의학에만 국한하지 않는 인문학인 토대가 존재한다.


동기면담을 적용하면서 동시에 제임스 프로차스카(Prochaska)의 트랜스이론(Transtheoretical) 모델로 행동 변화의 단계를 평가하는데, 변화 동기가 없는 전숙고 단계 - 변화를 고려하는 숙고 단계 - 변화 동기를 기반으로 변화를 준비하는 단계 - 그리고 행동변화를 시작하는 실행 단계 -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5단계를 말하며, 다시 시련과 역경, 또는 삶의 변화에 따라 재발하여 전숙고 단계 등 이전 단계로 돌아가는 순환적 모델이다.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지하는 것은 아름답고 높이 평가 받아야 할 일이고, 돌아가고 재발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환자도, 지지하는 가족들도, 치료자도 재발을 당연한 일로 받아 들이고 다시 순환하여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주역의 1에서 6효에 이르는 변화의 흐름이 트래스이론 모델에서 읽을 수 있으며, 환자도 치료자도 완치와 회복이 영원할 것이라는 개념적이고 고정된 실체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삶이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금주도 재발도 행동변화 단계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치료 환경이 더 수용적이고 공감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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