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들꽃이었다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그녀가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응접실 테이블 위에는 네 살 아이만 한 크기의 금박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화려한 꽃다발이 가득했고, 동료 중 한 사람이 감탄했다.


“자기 신랑, 정말 멋지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남편은 회사로 꽃상자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기쁨보다 당혹감을 느꼈다.

이 꽃은 사랑의 표현이라기보다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처럼 느껴졌다.

그가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다정한 남편임을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능한 가장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 것일까?

그 시절 그녀는 그를 그렇게까지 의심할 만큼 많이 지쳐 있었다.



그녀는 겨우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한 연년생 아이들을 어린이집 연장 보육에 맡기면서도 회사를 다녔다.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 그리고 그와의 관계를 끝낼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혼자 키우려면 그만큼 벌어야 했다.

아이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함께 있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 사이에서 그녀의 마음은 늘 뒤엉켰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이면 죄책감에 아이들 책을 읽어주고, 주말이면 만들기와 체험 학습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혼자 다른 세계로 도망치듯 달렸다.



어느 날, 조회 시간에 본부장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정면으로 때렸다.


“남편의 수준은 남편을 고르던 그대들의 수준이야. 그러니 남편 욕할 거 없어.”


그 말은 그녀 속을 훤히 들여다본 듯했다.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 선택한 남자라는 사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고, 등이 떠민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스스로 고른 사람이었다.

거울 같은 존재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까지 그녀는 자신을 잘 포장된 꽃다발처럼 여겼다.

잘 키워지고, 사랑받다가 버려지는 시든 꽃.

하지만 본부장의 말은 그녀 안의 낡은 프레임을 금 가게 했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부모님의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였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채 그늘진 유리 아래 머물던 존재였다.

자라지 못한 이유를 내 안에서 찾기보단, 늘 환경 탓만 했다.



그녀의 온실이 깨져가는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들판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이름 모를 들꽃들을 만났다.

작고 가녀린 몸짓에도 당당히 서 있는 그 꽃들.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그 꽃들이 각자의 이름과 피어나는 시기, 이야기를 가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알았다.

화려한 꽃다발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던 들꽃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걸.

그녀는 들꽃이었다.

온실을 벗어나 들판으로 나오는 데는 수많은 계절이 필요했다.

언제 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제 햇살과 바람, 이슬을 맞으며, 자신만의 계절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 부는 어느 오후, 막 꽃봉오리를 맺은 들꽃처럼

그녀의 꽃망울도 때를 만나 무사히 피어날 수 있을까.


이전 01화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