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너머로 나아가기 – 자기객관화의 균형을 찾아서

자기객관화 연작 에세이 4부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인간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는 존재다. 다만 타인의 눈을 통해, 혹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 뿐이다. ¹



거울은 필요하다. 그러나 거울 속에 갇혀 살 수는 없다.

자기객관화란 결국 ‘거리 두기의 예술’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이 말했듯, 인간은 늘 시스템 1(즉각적 감정)과 시스템 2(성찰적 사고) 사이를 오간다.² 감정에 너무 가까우면 휩쓸리고, 너무 멀어지면 고립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조율한다. 다가갔다가, 다시 물러나기도 한다.

균형 잡힌 자기객관화란,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안고 건너는 기술이다.




작은 실험들


1. 감정을 나로부터 분리하기
심리치료에서는 흔히 “확산(defusion)”이라고 부른다.³
“나는 지금 화가 났다” 대신 “화가 난 감정이 나를 통과하고 있다”고 기록해보라.
이때 주어는 ‘나’가 아니라 ‘감정’이다. 불교적 관점에서는 ‘관찰자 자리’에 서는 훈련과도 닮아 있다.⁶ 감정은 나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스쳐 가는 손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 타인의 말에 머무르기
몽테뉴는 우정을 “자기를 비추는 또 다른 거울”이라 했다.¹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친밀한 타인의 피드백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훈련.

그 순간은 무너지듯 아프지만, 거울을 내려놓고 타인의 말에 기대어 나를 비춰보는 경험이 된다. 이것은 바흐친이 말한 “대화적 자아”의 순간과 닮아 있다.³

3. 감정을 흘려보내는 용기
현대 심리학은 감정을 억압하기보다 ‘수용(acceptance)’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⁴ ⁵
“지금 내가 슬프구나” 하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감정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는 것이다.




질문으로 남기며


어떤 날은, 이 셋 다 실패한다.
그럴 때 나는 다시 가장 단순한 훈련으로 돌아간다.
“내가 왜 이러지?”가 아니라 “지금 나는 이렇구나.”

자기객관화는 감정을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안고 건너는 기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질문을 남긴다.

당신은 오늘, 거울 앞에 얼마나 머물렀는가?
그리고 거울을 내려놓았을 때의 당신 얼굴은 어떤 얼굴이었는가?




참고도서

1. 미셸 드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송민홍 옮김, 동서문화사.
2.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2.
3. 미하일 바흐친, 『도스토예프스키 시학의 문제들』, 이항재 옮김, 아카넷, 2005.
4. 스티븐 C. 헤이즈, 『마음에서 도망친 날』, 김혜련 옮김, 학지사, 2012.
5. 라스 해리스, 『불안이라는 거짓말』, 김성환 옮김, 불광출판사, 2022.
6. 틱낫한, 『화 : 성난 마음 다스리기』, 최봉실 옮김, 불광출판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