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 남편과 무인도에 간다면?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니 사실 비슷한 경험이 있다. 결혼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연고도 없는 타지로 이사했다.
이동 수단도 없이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며 꼬박 2년을 외딴섬처럼 고립된 채 살았다.
가상 무인도지만, 결말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

모래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태양은 잔인할 만큼 뜨겁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은 뺨에 들러붙고, 목은 바짝 타들어갔다.
아이들은… 내가 없어도 잘 지내고 있을까?

"마눌님, 뭐 먹을 게 없을까?"

마른 모래 위에 굴러온 조약돌처럼, 귀찮게 굴러온 목소리.
집도 아니고, 내가 무슨 마법사라고 주머니에서 음식이 나오겠나.

“여긴 아무도 없나 봐. 사람도, 짐승도 없어.”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배 안 고프냐?”
“….”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니?”


그가 낮잠에 빠져 코를 골기 시작하자, 나는 모래밭 뒤편의 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열매 하나 없는 나무들, 반쯤 썩은 가지들이 대부분이라 쓸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성긴 그늘은 더위를 막아주지도 못했다.

'숲'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그곳을 가로질러 반대편 해변으로 갔다. 모래 대신 바위가 깔린 해변, 그곳이 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앗싸!
바위틈 웅덩이에 팔뚝만 한 물고기가 갇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댔다. 운명이 아직 나를 버리지 않은 듯했다.

나는 윗옷을 벗어 웅덩이 바닥에 깔고 주워 온 나뭇가지를 네 귀퉁이에 묶었다. 놓칠까 봐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히 들어 올렸다.
물고기의 몸부림과 젖은 옷의 무게가 합쳐져 가지가 휘었다. 부러질 듯 팽팽했다.

“야! 너 혼자 뭐 먹어!”
남편의 고함이 번개처럼 떨어졌다.
깜짝 놀란 손에 힘이 들어갔고—
와작!
가지가 부러졌다.
물고기는 바위에 부딪히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바위틈엔 부서진 가지와 물비린내만 남았다.


“아… 내 물고기…”
“또 잡으면 되잖아~”
평소 '원래 밥은 누가 차려주는 거 아냐?'라고 말할 때와 같은 말투와 웃음.
그의 태평함에 나는 진심으로 확신했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보다, 이 결혼 생활에서 살아남는 게 더 어렵겠다고.

그래, 지금은 적어도 무인도는 아니다.
집도 있고, 직업도 있고, 아이들이 잘 크고 있고, 냉장고엔 엄마의 김치도 있다.
그걸 떠올리니,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현재를 감사하며 살자…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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