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날씨의 변덕 덕에 버려진 강박, 그리고 얻어진 감사함
7월.
진짜 너무 더운 한 해.
더움의 지표는 모두에게 드러나기 때문에 귀천을 따지는 일 없이 공평하다.
이 더위는 일하는 사람, 학교를 가는 사람, 휴가를 떠나는 사람에게도 가혹한 시간을 내준다.
모두가 하기 싫은 이유를 더위에서 찾을 수 있는 가혹한 날씨이기 때문이다.
아니 글쎄 휴가를 어디로 갈지 정하다 보니, 적은 예산으로 갈 수 있었던 다낭을 선택했다.
다낭 공항에 도착한 어느 6월에 깜짝 놀랄 만큼 열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한국의 날씨와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든 날씨의 구분이 모호해졌고, 환경오염의 문제 등을 내세우며 문제점을 파헤치지만, 한편으론 이미 늦어버렸다는 생각에 날씨만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런 날씨에 나는 더욱 바쁘게,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라는 글을 읽는 지금은 11월이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눈이 왔다고 하는데, 지금 느끼는 계절의 온도는 가을이었다 겨울이었다를 반복하는 이상 신호이다.
분명 이주 전에도 패딩을 입었는데, 엊그제에는 코트를 입고 오늘은 또 패딩을 입었다.
날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달까. 그래서 웃기다. 웃기다는 표현은 조금 무례한가?
아무렴 어때.
각박한 세상 탓에 강박처럼 다뤄온 내 인생을 조금이나마 웃음으로 승화시켜 준 날씨에게 고맙다.
가을이어도 겨울이어도 이러다 갑자기 여름이어도 그에 준비된 한국인이라는 점이 위안이 된다.
(당장 롱패딩도 구비돼 있으니 말이야)
그러니 인생을 다룰 때에도 실수해도 좋으니, 이리되었다 저리 되었다 치어도 좋으니, 도전하라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래..
내 성격에 여유를 갖는 일은 쉽지 않겠지.
그것이 일정 짜는 것을 잘하고 계획을 채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고충이라면, 여유를 계획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유를 계획해서라도 여유를 여유롭게 여유답게 지내보는 것. 30분의 시간을 정해 내가 생각하는 여유 짓을 해보는 것이다.
그냥 날씨의 변덕처럼 무너져도 좋으니, 도전해 볼 것을 다짐하게 한 11월.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