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우연히 마주한 책의 제목

메모장의 부산 여행

by 하롱

책을 마주한 것은 부산 여행 갔을 때였다. 짧은 1박 2일의 여행 중 전포동 카페거리를 계획 속에 집어넣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우연히 들어간 소품샵에서 웬일인지 아기자기한 것보다 책장에 눈길이 갔다. 손현녕 작가의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사고 말고의 기준은 제목과 목차, 그리고 에필로그. 담백하고 솔직한, 일기장 같으면서도 마치 내 이야기를 담은 듯 한 이 책을 선택했다. 자신의 일기장에 조차 솔직하지 못한 현대 사회라지만, 이 책을 읽으면 솔직해지고 싶었다. 이 글을 닮고 싶었다. 작가의 일생을 존경하고 싶었다. 힘든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하나에 빠지면 몰두해 버리는 내 성격 탓에 한 동안 책 추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외쳐댔다.


‘당신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 그렇기에 더욱 밝을 수 있었던 시절은 언제였나요?’

이 질문에 답을 적기도 전에 명확한 시기보다 그 어두웠던 시기의 심장 박동수가 느껴졌다. 누구나 아픈 기억은 있을 테니,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부터 아프고 저려오기 시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숨 고르고 메모장에 적어나갔다.


2022년 하반기.

그때 나는 가장 어두웠고 가장 힘들었고 가장 누군가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때에 아무도 없이 혼자 이겨내야 했다. 분명 가장 어두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니(당시 사진들을 보니) 내 주변에 나를 지켜주고 살펴주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게 힘든 일을 말할 대상도, 내 집안 상태를 보여줄 상대도 아니었음에도 묵묵히 옆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주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더 밝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묵묵히 누워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밖에, 울면서 그 시간이 너무 느리다고 한탄하는 수밖에, 내가 달라질 수 있는 힘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잘 이겨내어 지금은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기록’이다.


당시 나는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내 감정을, 기분을, 내 상태를. 훗날 이 날을 떠올릴 때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경험하며 어떤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 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려고 매일같이 아픈 일기를 적었다.


기록의 힘은 대단했다. 결국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고 나를 더 강인하게 만들어 나갔다.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한 책의 제목은 지나가던 나를 설레게 한다. 글은 또 나의 취향을 알게 해 준다. 그 취향을 통해 나의 강인함을 발견하게 된다. 부산 여행 이후, 여행지에서 책을 사는 버릇이 생겼다. 그 지역을 추억하기 위해, 나 자신의 강인함을 더 발견하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또 다른 책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