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날

사월 일일되는 날

by 하롱
무너지는 날.

여자들에게 오는 한 달의 한 번 무너지는 날이 찾아온다.

안 그런 사람이 부러워지는 어린 나이기에

이 시기를 죽도록 증오한다.


이유 없이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르고,

느닷없이 나 자신이 싫어지며,

하루 종일 멍하게 살다가 죄책감이 찾아올 즈음,

식욕을 앞세워 스트레스로 치부한 채 먹어댄다.

그렇게 먹고 나면 또 괴롭다.


다시 이유 없이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르고,

느닷없이 나 자신이 싫어지며,

이 모든 게 반복되는 하루, 이틀, 삼 일째다.


수많은 감정 관련 책을 읽고 또 읽었건만,

도저히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 감정이다.

행복 리스트를 적고, 스트레스 해소 리스트를 수없이 적어도

무한한 챗바퀴에 걸린 듯, 원점이다.


갑자기 세상이 날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남들은 꼭 행복해 보이며,

그들 역시 나를 이해할 때 기만이라고 생각할 것이,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듯 남의 행복을 부러워하다

정작 내게 있는 달란트를 보지 못하는 나.


수천억을 가진 부자들도 행복이 뭔지,

‘나’를 찾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괴롭다 한다.
그들은 돈도 있고, 여유도 있고, 시간도 있을 터인데,
그럼에도 ‘나’를 찾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나’를 찾는 건, 오늘날 같은 세상에서는 사치일까.
아무리 찾아도 찾아지는 건 공허함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야속하게도, 세상은 또 살면 살아진다.

없는 것만 한탄하다가도,

진짜 없을 때엔 조금이라도 있었던 순간을 그리워한다.
물질적인 부의 가치를 쫓지 않고, 행복의 가치를 찾아 떠나보려 해도,
결국 인스타그램 속 우월한 모습들과 비교하며 또다시 무너진다.
세상의 것들을 좇지 말자면서, 결국 또 굴복하고 만다.


다 포기하고, 물에 떠 있듯 체념한다.
‘나’를 찾는 과정이니까.
이 모든 게 과정이니까, 조금 괴로운 것이라 생각하며

버티기보다 즐기기를 선택한다.


"괴로운 것도 언제 겪어보겠어? “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이런 감정으로 연기하는 거겠지.
그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그러다 보면,
내가 내 인생의 드라마 한 편을 만들어가는 중이고,
지금은 막이 내리기 전,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을 때,
이러한 생각은 되려 나를 웃게 만든다.


나중에 결국 지나갈 시련이란 걸 미리 알게 된 것처럼,
"슬퍼하지 말자가 아니라, 맘껏 슬퍼하자가 될 있게."


지금 이 정도의 슬픔으로는 내 이야기를 끝낼 수 없으니,
더 울라고, 나를 더 강한 길로 밀어 넣는다.

그러다 보면, 마치 드라마 작가가 짜놓은 결말대로 내 인생이 흘러갈 것이다.
다음 화를 기다리듯, 예고편을 보며
인생이란 원래 알쏭달쏭한 것이라며 체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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