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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Mar 03. 2024

새봄 햇살 같은 아이들

‘제발 우는 아이만 없어라~’

마스크 쓰고 낯선 교문에서부터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계단과 긴 복도를 걸어오는 마음을 얼마나 긴장될까.

그러다가 울음이라도 터트리면?

‘우는 아이만 없어도 올해 입학식은 성공이야!’ 

아침 출근길 검은색 일색의 옷을 입었다가 핑크빛 재킷을 하나 더 챙겼다.

온통 검은색 보고 겁먹고 울까 봐.

똑. 똑. 똑.

누군가 교실문을 두드린다.

작년 1학년 제자다.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어? 아이고 기특해라.”

“아니요. 2학년 교실을 모르겠어요.”

아이고야~~ 

손을 잡고 2학년 교실로 데려다주고 나오는데 아이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과 올해는 더 행복하렴.

지난 2월 종업식 날

“3월 첫날 교실 몰라서 선생님 찾아오면 안 돼.”

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셋이나 옛 담임을 찾아왔다.

똑같은 교실을 썼으니 망정이지.

정이 많이 들었는지 헤어짐이 또 아쉽다.

올해 만나는 아이들은 내년에 누굴 찾아오나.

파일에서 만나는 마지막 제자들에게 벌써 미안하다. 


11시가 다가오자 한 두 명씩 교실로 들어선다.

씩씩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도 쩌렁쩌렁, 들어서자마자 교실을 둘러보고는 신기한지

이게 뭐냐 저게 뭐냐 묻는다.

이름표를 찾아 앉으라고 했더니 

금세 앉고 

앞, 뒤, 옆 아이와도 쫑알쫑알.

“너희들 유치원 친구 사이니?”

“아니요, 오늘 처음 봤어요.”

와우!

친화력이 장난 아니다.

19명의 친구들이 순식간에 다 찼다.

와글와글~~ 조잘조잘~~

작년엔 겪어보지 못한 병아리들을 제대로 만났다.

우리 약속 하나 할까?

선생님이 얘기할 땐 먼저 귀 쫑긋하고 듣기로

약속!

초등학생이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리고 곧 방송으로 교장선생님께서

입학을 허가한다는 말을 하면 드디어 파일초 학생이 되는 거라고 했다.

“TV에 교장선생님이 나와요? 진짜요?”

“그럼!”

그런데 교실 TV 방송이 먹통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아~~

정작 애들은 안 울었는데 내가 울고 싶다.

교장선생님 입학식 선언을 대신한다.

“1학년 1반 19명의 입학을 허가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읽어주신 그림책도

내일 읽어주마 하고 약속했다. 

1년 함께 보낼 선생님이 누군지 한 번 알아볼까?

선생님 이름은?

“유현미요!”

“어, 너 어떻게 알았어?”

“이름표 달았잖아요.”

“너, 엄청 똑똑하구나.”

선생님 나이는?

20살? 35살? 78살?

짓궂은 아이들이 78살이라고 소리친다.

선생님 삐쳐서 안 가르쳐준다고 했더니 자꾸 물어본다.

“내일 학교와. 그럼 가르쳐줄게.”


이제 선생님 이름 알았으니 친구들에게 자기 이름도 알려주자.

선생님이 이름 부르면 네! 하고 손들기야.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대답을 하고 선생님과 눈 맞춤해본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조잘거렸던 아이가

대답을 안 한다.

“왜? 뭐 속상한 일 있니?”

“...”

“얘기 안 해줄 거야? 무슨 일이지?”

“...”

“그래, 그럼 이따가 이야기해줘.”

무슨 일이 아이한테 생긴 거지?

새침한 표정 마음이 쓰인다.  

“근데, 이거 뭐예요?”

책상 위에 선물 가방을 만지락 만지락,

많이도 참았다.

등교하면서부터 여기저기서 물었는데

쫌만 참으라고 자꾸 뜸을 들였다.

드디어 공개,

하나씩 꺼내며 보여줬더니 엄청 좋아한다.

“선생님, 집엔 언제 가요?”

“응, 지금 바로 갈 거야.”

내일 요기로 아침 일찍 꼭 등교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후문과 정문으로 향한다.

한 번씩 안아줄까 하다가 말았다.

교문 밖 엄마 아빠 얼굴을 발견한 아이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진다.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봄 햇살 같은 존재인가 보다.

예쁘다.

나에게도 곧 그 미소 보여주겠지?

코로나로 너무 조촐한 입학식이라 미안한 하루.

하지만 꼬맹이들을 환영하는 마음만큼은 그 무엇보다 컸다.

이 새싹들과 이 병아리들과 1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2021.3.2)


새 봄 3월


                    <고종환> 

보고 또 보면 새 봄이 되는 거야

내 너를 보면

봄처럼 놀랍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보면 볼수록 보고 싶고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너 

봄은 닫혔던 겨울을 살며시 열어

우리 마음에 새싹을 틔우고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가 보다 

땅 속 부지런한 준비가

이제 새싹으로 피어나는 3월 

얼었던 마음들이 아지랑이처럼

스르르 풀려 다시 피어나는 3월 

세상을 보고

너를 보고

모든 숨 쉬는 소리를 보게 된다면 

분명 3월은 새 봄 되어

시작이 되고

사랑이 될 것이 분명하다

봐라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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