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교실문을 들어서면서 한 아이가 대뜸 묻는다.
“선생님, 진짜 몇 살이에요? 우리 엄만 40이에요.”
“그게 그렇게 궁금해? 인사도 잊어 먹을 정도로?”
“오늘 말해주신다고 했잖아요.”
적잖이 고민했나 보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매의 눈을 가진 녀석들이 꽤 있다.
아무리 봐도 20살, 25살은 아닌 것 같고,
35살이라고 하기엔 자기 엄마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고,
그렇다고 78은 아닌 것 같고.
어린 마음에 얼마나 고심이 했을까
혼자 킥킥 웃어본다.
우린 모두들 4지 선다형에 익숙해져서 살고 있는데
8살 인생에 답이 없다는 걸 깨닫기는 버거울 것 같다.
“힌트 하나 줄까? 여기에 답이 없어.”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이제 1년 동안 추측해서 답을 찾아봐.”
“가르쳐줘요.”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키 크고 늘씬한 젊은 선생님을 기대하고 왔을 텐데
키 작은 중년의 교사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지는 걸 보면
연륜은 교육현장에서 만큼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등교 둘째 날의 도전은 뭐니 뭐니 해도 ‘급식’이다.
복도에서 출석번호대로 줄을 서 본다.
한 줄로 세우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자꾸만 옆으로 선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키 작은 친구는 앞 친구 뒤통수에 가려
선생님이 안보이니
자꾸 줄이 옆으로 가는 것 같다.
빨리 키 번호를 정해서 줄 세워야겠다.
줄 선 채로 조용히 이동을 해본다.
이웃 반도 구경하고
채움 반도 가보고
2층으로 1층으로.
장난치면 위험하니까 발 밑 보면서 천천히 이동하렴.
급식실은 이쪽 길이야.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 대기하고
식판으로 밥을 받고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기까지
미션의 연속이다.
1교시부터 손 씻기 영상을 보고
연습하고
줄 서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예행연습을 충분히 했다.
고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몇 번이나 알려준 자리임에도
순식간에 사라진 남자 녀석들 유치원 줄을 따라가고 있고
카레가 옷에 묻었다고 울먹거리는 아이가 있고
숟가락 떨어졌다고 어떡하냐고 내 옷깃을 잡아당기고
젓가락 없다고 해서 일회용 갖다 주니
옆 수저통에 당당히 있다.
“여기 있는데?”
했더니
“헤헤, 못 봤어요.”
헤벌쭉 웃는다.
밥은 안 먹고 울먹거리고 있길래
왜 그러냐 물으니
“딸기 못 먹는데 어떡해요.”
“못 먹으면 안 먹어도 돼. 괜찮아”
물통 뚜껑 열어달라,
매실 주스 통 껍질 열어달라,
입에 뭐 묻었는데 휴지 갖다 달라...
아이고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아는 친구가 있는지
“**야~”
소리까지 지른다.
손가락을 연신 입에 갖다 대며 얘기하지 말라 신신당부한다.
열심히 먹어도 선생님은 자꾸 재촉하니
속도가 느린 아이들은 힘들었을 것이다.
식판 정리 후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두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분명 여기서 줄 서 있기로 약속 또 약속했는데.
급식실로 들어가 보니 사이좋게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친구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당황해하고 있었나 보다.
“**야~~”
이름 부르며 나오라 손짓하니
“선생님~”하며 순식간에 달려든다.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다.
품에 와락 안긴다.
“선생님, 우리 빼놓고 어디 가셨어요?”
그래 우리가 어디 가긴 갔지.
미안하다. 못 챙겨서.
교실에 와서 부랴부랴 가방 챙겨
하굣길에 나섰는데도 예상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이들이 밀물처럼 빠진 빈 교실
휴~~ 한숨 한번 쉬어본다.
오늘은 1학년 선생님들이 모두 혼이 쏙 빠진 하루였다.
신입생이 이런 거구나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고.
혼돈의 급식시간을 이야기하며
내일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 서로 위로해본다.
분명 내일 만나는 아이는 오늘의 아이는 아닐 것이다.
아주 조금씩 성장할 것이고
교사인 나는 그 감동의 현장을
함께 할 것이다.(20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