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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Mar 10. 2024

초등학교 참 힘들지?

해가 갈수록 익숙하고 능숙해져야 하는 게 맞지만

교사라는 일은 예외임을 오늘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아이들은 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여덟 살 인생 첫 담임!

어린 제자들은

어느 날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다가와

나를 한없이 무장해제시키고

어느 날은 너무 날 것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줘

나를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든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아이

“손을 들고 이야기해보자.

선생님이 이름 부르면 한 명씩 하는 거야.”

기다리는 것이 힘들었나 보다.

말하고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급기야 앞으로 뛰어나온다.

“**야~  들어가서 앉아서 기다려줘.”

다른 친구에게 기회를 주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한다.

“**, 왜 슬퍼졌을까.”

“내가 손들었는데 자꾸 안 시켜줘서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너의 마음은 알지만 다른 친구에게도 기회를. 

앞에 서는 것이 버거운 아이

“나와서 이름만 얘기해도 돼.”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

좋아하는 동물, 음식, 색깔 등등을 학습지에 그려보고

나와서 발표해 보는데 힘들어한다.

목소리가 떨린다.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 전해진다.

한 숨 쉬며 해냈다.

용기 내어 나왔지만

한마디도 못한 친구.

친구가 안타까운지

반 친구들이 대신 이름을 크게 불러줬다.

그래도 오늘 한 걸음 내디뎠지? 

온몸이 쑤셔요

의자를 뒤로 젖히고,

이름표를 만지작 거리고,

옆 친구 건드리고.

쉼 없이 뛰어다니고 싶은 대근육이 발달한 아이다.

교실 밖으로 불러내

“많이 힘드니?”물어보니

눈물이 글썽.

활동적이고 또래에 관심이 많다 보니

코로나 시기

제약 많은 수업은 지루할 것이다.

‘놀이하듯 공부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놀이를 하지 못하니

이런 학교 힘들 것이다.

미안해. 얘들아. 

선생님 이거 맞아요?

책이라는 걸 펴기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나와서

확인받으려는 아이가 있다.

난 안 보여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안돼요.

제대로 잘하고 있으면서

불안한지 계속 손을 든다.

웅얼거리는 말도 잘 알아듣기 힘들다.

한눈에 봐도 불안하고 초조해하고 있다.

천천히 해도 돼. 처음엔 누구나 다 그래.

안심시키고 도와줄 수밖에 없다 

지금 엄마한테 전화 걸어주세요.

의젓하게 발표까지 하고

나흘 내내 그림처럼 잘 지내던 아이.

너무 애를 썼는지 오늘 터져버렸다.

밥 먹으러 내려갈 때부터 눈물이 글썽한다.

“어디 아프니?”

그냥 하품이 자꾸 난다고 했다.

마스크 쓰고 있는 상황이 힘든가.

급기야 식당에서 엎드려 운다.

" 잠깐 나갈까?

선생님이 안아줄게.”

“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해주세요.”

“엄마 걱정하실 텐데. 마스크 벗고 심호흡하자. 물도 좀 먹자.”

좀처럼 울음이 가라앉질 않는다.

“선생님! 엄마 불러주세요.”

목소리도 작은 아이가

어찌나 분명하고 요구하는지

그러마 하고

밥 먹다 말고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어머니 손을 잡고 귀가하는 아이를 보며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자꾸 되짚어봤다. 

이렇게 의젓한 친구들 처음이야

“가라사대 게임해요.”

어제 한 게임이 재밌었는지 아침부터 졸랐다.

“오늘 멋지게 보내면 끝날 때 할 거야.”

집에 가기 전 기대 가득.

선생님 말에 속지 않겠다던 녀석들.

나의 가라사대 기술에

잘도 속는다.

탄성을 질러가며 안타까워한다.

“가라사대 오른손 올리세요.

가라사대 왼손 올리세요.

가라사대 하트 만들어주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사랑해요”

모두 힘껏 외친다.

어? 다 탈락!! 가라사대 안 붙였는데. 속았지요!!!

“아~~~ 또 속았다.”

분통을 터트린다.

“입학 첫 주에 이렇게 의젓한 친구들은 처음이었어.”

사탕발림을 마구 마구 해주고

“주말 동안 너희들 엄청 보고 싶을 거야.

우리 다음 주에 만나 또 열심히 즐겁게 공부하자.”

진심도 한껏 표현해준다.

환한 얼굴로 엄마에게 달려가는 아이들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2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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