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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Mar 13. 2024

잘 놀아야 잘 큰다

가방을 메고 오는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예뻐 한참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얼굴은 아직 아기처럼 포동포동하고 말투도 유아 티를 못 벗어나 앙증맞기 그지없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나의 두 아이를 키울 때는 이쁜 줄 모르고 키웠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직장 다니며 연년생 두 딸을 키우느라 힘들고 버겁기만 했던 것 같다.

"엄마 힘드니까 네가 동생 챙겨줘야 해."

"유치원 끝나면 동생 손 잡고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 가야 해"

"엄마 저녁 할 때까지 동생이랑 놀고 있어"

"씻고 책 읽고 자자. 언니니까 넌 혼자 할 수 있지?"

한 살 많은 큰딸에게 참 많을 걸 요구했다.

그 아이도 한 참 어린아이인데 말이다.

엄마 힘든 것만 얘기했다.

눈을 맞추고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놀아줘 본 기억도 별로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바쁜 엄마 대신 아이들은 친구처럼 자기들끼리 잘 놀았다.

벌써 엄마 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 큰 두 아이를 볼 때면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두 딸에게도 우리 반 아이들처럼 귀엽고 예쁜 시절이 있었을 텐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순식간에 아이들은 커버리고 엄마 품을 벗어나는 걸

이제야 깨달은 바보 같은 엄마의 후회다. 

수업이 끝나고 **가 돌봄 교실 가기 싫다고 계속 칭얼거린다.

우리 반 친구들 대부분은 돌봄 1실인데 자기만 2실이냐고,

아는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단다.

다들 일찍 집에 가는데 왜 자기는 돌봄에 늦게까지 있어야 하냐고

저번 주에도 많이 속상해했다.

이제 친구를 사귀면 재밌어질 거라는 말로 달래 본다.

전화기를 꺼내 엄마랑 통화한다.

아빠가 조금 일찍 데리러 온다니 그제야 발걸음을 돌린다.

투덜투덜 뒷모습이 안쓰러워

돌봄 교실에 데려다주고

한번 꼭 안아준다.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

천사 점토를 만들면서도 무엇을 만들었는지

선생님이 꼭 물어봐주고 알아봐 주길 원한다.

미니 큐브로 꼼지락꼼지락 거리다 꼭 들고 나와서 자랑한다.

밥을 먹다가도 달려온다.

이빨 빠진 이야기,

엄마랑 문구점 갔다는 둥

오늘이 생일인데 선물이 도통 무언지 모르겠다는 말.

틈만 나면 와서 눈을 맞추고 교감하려 한다.

그래 그래 너희들의 세상에 어떤 아이가 있든

선생님이 들어주고 받아줄게. 

세계지도 칠판을 쑥 꺼내본다.

와~~

모든 게 신기한 아이들.

우리나라에 동그라미를 쳐보았다.

“에게, 우리나라가 그렇게 작아요?”

아프리카에 가본 적 있느냐고 물으니 몇 명이 손을 든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세계에는 많은 나라가 있고 너희들이 모르는 나라도 엄청 많다는 얘기와

이 많은 곳을 나중에 어른이 돼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어쩌면 거기에 가서 살 수도 있다는 말을 해준다.

“그런데 직접 가보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뭘까?”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쪽 구석에서

“책으로 봐요.”한다.

“맞아, 책으로 볼 수도 있고 방송으로 볼 수도 있단다.”

어른이 되기 전 우리는 책으로 여행을 떠나자.

“오늘은 '도서관에 몬스터가 살아요’ 읽어줄게.

이 아이들도 도서관에 주말마다 가면서 책을 읽나 봐.

이름을 보니 미국 아이들인가 봐.”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더 진지해졌다.

도서관에 사는 몬스터가 동화책 재미에 푹 빠져

함께 이야기를 듣는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림이 아주 재밌다.

쉬는 시간 도서관 가서 책 빌려오라니

대부분 아이들이 대출증을 들고 일어선다.

저번 주 흥분한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뛰쳐나가는 통에

며칠 도서관 이용 금지령을 내렸다.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살그머니 쉿 하며 옆 친구까지 단속해서 조용히 다녀온다.

‘올챙이송’ 게임 오늘은 성공이다.

남녀 짝을 지어 게임하라 했더니

어제는 소리 지르고 도망가고

쭈뼛쭈뼛 아수라장이었다.

오늘은 신나게 노래하며 율동했다.

아이들과 하루하루 밀당의 연속이다.

내일은 금요일,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

놀이로 보상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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