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원도봉 포대능선
어젯밤 딸을 울렸다
서류 떨어지고 면접 떨어졌다며
밥먹다가 울먹였다
어줍잖은 조언 해버렸다
아침 도봉산
으르렁 두 바위
우리 닮았다
작은 구멍 하나 보인다
저 작은 틈 통과해야 한다
두툼한 등산 가방 벗어 던지고
낮은 자세로 기어서
어지러운 상념에 쉽지 않다
등 돌린 모녀
미안하다 말할까
뭘 잘했다고 지가 먼저 화를 내?
방문 열었다 그냥 닫았다
바위 타고 밧줄 잡고
헛디디면 추락 진땀이 삐질삐질
목적지는 어디쯤 한숨만 나온다
딸도 지금 이런 심정일까
한 걸음도 쉽지 않네
나도 20대 때 그랬는데
울고 좌절하고 다시 오르고
잊고 있었다
달 대신 등을 바라본다
신라 고찰 망월사 위로
구름 가득하다
맑았다 흐렸다 하는 거지 뭐
별 것 아닌 거에
성질부렸다
내려 가서
먼저 사과해야지
남편이 묻는다
맘 정리 됐어?
응!
그럼 이제 내려가자
목적지도 안가고
하산 하잰다
산에서 날 굴린 이유 알았다
뱃살 말고 욕심 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