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롱 Oct 06. 2024

모녀대첩

도봉산 원도봉 포대능선


어젯밤 딸을 울렸다

서류 떨어지고 면접 떨어졌다며

밥먹다가 울먹였다

어줍잖은 조언 해버렸다


아침 도봉산 

으르렁 두 바위

우리 닮았다

작은 구멍 하나 보인다

저 작은 틈 통과해야 한다

두툼한 등산 가방 벗어 던지고

낮은 자세로 기어서

어지러운 상념에 쉽지 않다

등 돌린 모녀

미안하다 말할까

뭘 잘했다고 지가 먼저 화를 내?

방문 열었다 그냥 닫았다 



바위 타고 밧줄 잡고 

헛디디면 추락 진땀이 삐질삐질

목적지는 어디쯤 한숨만 나온다

딸도 지금 이런 심정일까

한 걸음도 쉽지 않네

나도 20대 때 그랬는데

울고 좌절하고 다시 오르고

잊고 있었다

달 대신 등을 바라본다

신라 고찰 망월사 위로

구름 가득하다

맑았다 흐렸다 하는 거지 뭐


별 것 아닌 거에 

성질부렸다

내려 가서 

먼저 사과해야지

남편이 묻는다

맘 정리 됐어?

응!

그럼 이제 내려가자



목적지도 안가고

하산 하잰다

산에서 날 굴린 이유 알았다

뱃살 말고 욕심 빼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