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녀대첩

도봉산 원도봉 포대능선

by 포롱


어젯밤 딸을 울렸다

서류 떨어지고 면접 떨어졌다며

밥먹다가 울먹였다

어줍잖은 조언 해버렸다

KakaoTalk_20240929_142606753.jpg?type=w773


아침 도봉산

으르렁 두 바위

우리 닮았다

작은 구멍 하나 보인다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01.jpg?type=w773

저 작은 틈 통과해야 한다

두툼한 등산 가방 벗어 던지고

낮은 자세로 기어서

어지러운 상념에 쉽지 않다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03.jpg?type=w773

등 돌린 모녀

미안하다 말할까

뭘 잘했다고 지가 먼저 화를 내?

방문 열었다 그냥 닫았다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07.jpg?type=w773


바위 타고 밧줄 잡고

헛디디면 추락 진땀이 삐질삐질

목적지는 어디쯤 한숨만 나온다

딸도 지금 이런 심정일까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12.jpg?type=w773

한 걸음도 쉽지 않네

나도 20대 때 그랬는데

울고 좌절하고 다시 오르고

잊고 있었다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10.jpg?type=w773

달 대신 등을 바라본다

신라 고찰 망월사 위로

구름 가득하다

맑았다 흐렸다 하는 거지 뭐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04.jpg?type=w773


별 것 아닌 거에

성질부렸다

내려 가서

먼저 사과해야지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05.jpg?type=w773

남편이 묻는다

맘 정리 됐어?

응!

그럼 이제 내려가자


KakaoTalk_20240929_142606753_13.jpg?type=w773


목적지도 안가고

하산 하잰다

산에서 날 굴린 이유 알았다

뱃살 말고 욕심 빼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폭염에 등산 갔다 죽을 뻔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