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힘든 하루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체육관 이동하려고 줄을 설 때부터 어렵다.
줄은 서지 않고 복도를 뛰어다니며
와글와글.
목청 좋은 아이들 소리까지 지른다.
조용히 목소리 깔고
“모두 교실로 들어오세요.”
분위기가 이상함을 눈치챈 아이들,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아직도 잘 안되는구나.
오늘 체육관 갈 수 있을까?
줄도 못서고 시끄러운데.”
내 눈치를 보는 아이들.
“그냥 교실에서 수학 공부하자.”
조용히 교과서를 꺼낸다.
‘오늘은 체육관 가지 말고 이 녀석들 버릇을 고쳐?’
갈등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불쑥 큰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기회 한 번 더 주세요. 잘할게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해준다.
“그래? 그럼 친구들 믿어볼까?”
"네!"
체육관 수업은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아주 귀중한 시간
아이들도 나도 기다리는 수업이다.
다시 얻은 기회에 조용조용 줄을 잘도 선다.
옆반이 오늘 안 와서 체육관을 독차지하고 쓴다.
여름 가족 함께 달리기, 친척 호칭 맞추기를 하며
한바탕 신나게 뛰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렸다.
음악을 틀어놓고 술래잡기도 한다.
힘을 너무 뺐나?
2교시는 너무 축 쳐져 있다.
길다 짧다 길이 비교 수학 공부.
후딱 끝나고 잠시 쉰다.
내일은 실제로 물건으로 길이 비교를 직접 해보마 약속했다.
3교시는 소고 수업이다.
꽤 동작이 어려운데도 잘 해낸다.
소고 움직임이 꽤 정교해졌다.
왼쪽 오른쪽 아래 위도 헷갈려하던 녀석들이 제법 잘한다.
한 시간을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소고를 치느라 힘들어한다.
1교시도 움직임, 3교시도 신체활동 오늘 고되다.
그 탓인가?
4교시 국어시간 산만하다.
다양한 상황에 맞는 인사를 목소리 연기를 하며 배워본다.
손가락 인형을 만들어서 실습해보는 시간.
부록을 뜯어서 만드는 것부터 난관이다.
손이 아직 여물지 못해서 뜯어지고 찢어진다.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한다.
성질 급한 아이들 자꾸 내 옷을 잡아끈다.
“잠시만 기다려줘.”
한 친구는 맘에 드는 인형이 없다고 안 하겠단다.
“네가 직접 그려도 돼 그럼.”
겨우 손가락 인형을 만들고
친구와 짝을 지어서 인사하기 실습을 해본다.
에너지 가득 몇몇 녀석들 교실을 휘젓고 다닌다.
꿀 하나 뗐더니 바로 자리로 앉는다.
이건 뭐 맨날 꿀로 밀당? 하는 교사다, 나는.
하교 전 결국 또 일이 터졌다.
몰랑이가 교실바닥에서 터졌다.
그걸 아이들이 밟고 난리가 났다.
“신발에 묻었어요.”
“저기에도 터져서 묻었어요.”
스트레스받을 때 만지는 느낌이 좋아
쪼물랑 흐물텅 하는 몰랑이를 가져오는 아이들이 있다.
**가
몰래 만지다 결국 사달이 났다.
내 탓이다.
유심히 잘 살피고 보관해줬어야 하는데.
하굣길이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앞으로 이런 거 가지고 오면 선생님이 다 뺏을 거야.”
그 말에 한 녀석은
아침에 맡긴
물건 안주나 싶어 씩씩거리고.
아이고야.
아이고야.
날씨 더워서 그런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씩씩하게 인사하며 가는 아이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놀고 잘 공부하고 밥 잘 먹고 가는 것만으로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