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롱쌤 May 19. 2024

엄마아빠 뺄셈 논쟁

월요일 **가 팔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주말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팔을 다쳤단다.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말하길래 “괜찮을 거야. 친구들과 선생님이 도와줄게.”안심시켰다.

옥상위 화분을 가져올 때도, 가방 필통 열고, 급식 먹으러 갈 때도

앞뒤 옆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려고 한다.

다행이다.

글씨를 슬슬 많이 쓸 텐데 그게 걱정이다.

여름 시간 자음 보고 낱말 찾기 학습지를 하는데 왼손으로 낑낑 거리며 해보려 한다.

거의 그림을 그려놨지만 얼마나 이쁜지 웃음이 절로 났다.

“선생님, 엉망진창이에요.”

“괜찮아. 그래도 해보려고 애쓰는 게 감동이야.”

엄지 척! 해줬다.


모처럼 선선한 날씨에 옥상 운동장으로 갔다.

남녀 팀을 나눠 협동 공 나르기 게임을 시도했다.

팽팽한 천을 친구들과 나눠 잡고 그 위에 공을 올려줬다.

시작부터 난리가 났다.

몇은 공을 나르기보다는 자꾸 천 아래로 숨으려 하고

마음 급한 친구들을 그러지 마!라고 소리친다.

그런데 남자팀이 먼저 원리를 깨쳤다.

천을 팽팽하게 하면 공이 튕겨 나가니 한 발짝 서로 다가가서 공을 싸안는 다.

그리고 걸음을 맞추어 반환점을 돌아 성공!

공 하나 더 얹어준다.

그 사이 여자팀은 공을 떨어뜨리고 다시 줍고.

공이 튀니 서로 줍겠다고 우르르 몰려가고 다시 떨어지고 맘이 맞질 않는다.

그 사이 남자팀은 공 8개를 착착 나른다.

마음 급해진 여자팀

“너 때문이야” “망했어” “난 안 해”

급기야  몇 명 팀 이탈 사태까지 벌어졌다.

남은 대여섯은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갈 길 간다.

남자팀 과업 완수 후 신나게 만세 부른다.

여자팀도 결국엔 공 8개 나르기 성공!

서로 상대팀에게 박수를 쳐줬다.

팀 이탈했던 아이들 표정이 안 좋다.

교실로 돌아와 이야기해본다.

칠판에 ‘협동’ 두 글자를 썼다.

게임하며 느낀 점을 얘기해보라 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안 맞았는데 잘 되니까 재밌었어요.”

“**가 자꾸 천 아래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나머지 친구들이 잘 잡아줬어요.”

남자아이들이 먼저 신나서 얘기한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여자팀

칭찬을 엄청 해주고는

참여, 협동, 노력, 배려 꿀을 마구마구 붙여줬다.

와~~~~!!!

혼날 줄 알았던 여자팀 눈이 휘둥그레.

팀을 이탈했던 **가 갑자기 불쑥 앞으로 나온다.

“**와 **가 내 때문에 남자팀한테 진다고 막 뭐라 했어요. 그래서 안 했어요.”

곧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아~~ 그래서 속상해서 나갔구나.

“‘행감바’로 너 마음을 알려줘야 하는데 말을 못 했구나.

다음부터는 꼭 표현해”

체육시간에 게임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고.

즐겁게 땀 흘리며 참여하면 된다고.

함께 하는 것은 누구나 힘들다고.

또 설교를 너무 많이 했다.

그만 그만!

친구에게 말로 상처 준 친구들에게 ‘인사약’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뺄셈을 어려워하길래 학습지를 가정학습으로 내보냈다.

‘제거’와 ‘비교’의 개념이 같이 있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등굣길에 **가 학습지를 들이민다.

역시 비교 개념에서 헷갈렸다.

“요건 숟가락과 포크 개수를 세어보고 어느 게 얼마큼 더 많은지 알아보는 건데.

요 위에 있는 것처럼 한번 생각해볼까?”

아이 표정이 굳어진다.

애써서 풀어온 게 틀렸다고 하니 속상한가 보다.

갑자기 이걸 어찌 말해야 하나 싶다.

“음~~ 선생님도 가끔 틀릴 때가 많아. 그런데 요건 말이야.

잠시만~~. 다른 아이들 학습지도 좀 볼까? ”

다른 아이들 학습지를 보더니 자기 학습지를 들고 들어간다.


막 등교한 **도 학습지를 가지고 나온다.

“선생님, 어제 수학 학습지 풀다가 엄마 아빠가 싸웠어요.”

이건 뭔 소린가.

“엄마는 이렇게 뺄셈을 풀어야 한다고 하고 아빠는 아니라고 하고요.”

“그래서?”

“엄마가 이겨서 일단 이렇게 써 왔어요.”

웃음이 난다.

막 장면이 상상된다.

이건 따로 다시 가르쳐줘야겠다 싶어

아이들과 다시 풀어본다.

**엄마 아빠가 싸운 얘기를 들려줬더니 애들도 웃는다.

그만큼 어른들도 헷갈리는 문제를

1학년인 너희들이 배우고 있다고 하니 어깨 으쓱한다.


여름 시간에 낱말 빙고 놀이를 했다.

두줄 빙고를 했는데 다섯 줄 빙고까지 만들었다고 신나 했다.

빙고 놀이 하나에도 학습지 들고 뛰쳐나와 자랑하느라 세상 시끄럽다.

자음과 모음을 이제 막 배웠는데

가족, 생신, 오빠, 친척, 할아버지, 웃음바다

또박또박 써내는 아이들.

한글 공부가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오늘은 빈자리가 두 개나 있다.

팔 수술하는 **와 감기 기운 있는 **,

이 녀석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넘쳐도 좋은 사랑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