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들썩거린다.
선물이 택배로 도착한 아이도 있고 어린이날 놀러 간다는 아이,
할머니 댁 간다는 아이 등 기다려지는 일이 많단다.
"어린이날도 있지만 어버이날도 있어."
아침 이야기 시간,
무슨 책을 고를까 고민하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그림책을 읽어줬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에 나오는 엄마는 아이가 말썽을 피워도 밤이 되면 자장가를 불러주는 좋은 습관을 가졌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크면서 냉장고 속을 다 뒤지고 온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엄마는 하루 종일 아이들 돌보느라 힘들다. 문득 동물이 아닐까 생각하는 날이 많아진다. 그래도 엄마는 밤이 되면 아이를 안아준다. 그리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선생님이 자장가 불러줄까? 노래 못해도 웃으면 안 돼.”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순간 정적이 흐른다.
녀석들도 어릴 적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가 기억나는 걸까.
분위기 깨는 재밌는 질문 하나 툭 튀어나온다.
"선생님, 왜 욕해요?"
??
"지금 닥쳐도 그러셨잖아요."
아~~~!!!
아이는 자라서 친구랑 노는 걸 더 좋아하고
이상한 친구들을 사귀고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음악을 듣는다.
엄마는 동물과 함께 사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엄마는 어김없이 밤이 되면 잠든 소년의 방으로 들어가 등을 토닥 거린다.
그리고 또 자장가를 불러준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선생님의 노래를 또 들으니 쑥스러운지 귀를 막는 아이도 있다.
그래도 얼굴 표정은 웃고 있다.
“아마 이 소년은 엄마가 자장가를 불러줄 때 엄마의 사랑을 느낄 것 같아. 너희들은 어떨 때 부모님의 사랑을 느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 때요.”
“엄마가 친절하게 말해줄 때요.”
“아빠가 같이 캠핑 갈 때요.”
“엄마가 뭐 사 줄 때요.”
십 대 소년은 점점 자라고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아들은 집을 떠나 독립을 한다.
하지만 밤이 되어 주위가 어두워지면 엄마는 버스를 타고 이웃마을 아들 집으로 가곤 했다. 아들 집 불이 꺼져 있으면 엄마는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 곁으로 간다.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한 멋진 아들을 안아본다. 엄마는 노래를 부른다.
“선생님, 또 노래 부를라고 그러지요. 부르지 마요.”
“왜? 그럼 이번엔 가사를 바꾸어서 불러줄게. 엄마가 아들에게가 아니라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야.”
‘너희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희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희들은 늘 나의 귀여운 학생’
“에이~~~ 뭐예요.”
난리가 났다.
쿨쿨 자는 시늉을 하는 아이도 있다.
“이번엔 너희들이 불러줘. 선생님한테. 이렇게. 선생님을 사랑해 언제까지나~
시작!”
엉겁결에 시작된 아이들의 노래에 가슴을 뭉클하다.
‘선생님을 사랑해 언제까지나♬
선생님을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선생님은 늘 나의 귀여운 선생님’
“귀여운 선생님, 이상해요.”
“왜, 이 정도면 귀엽잖아.”
우리 선생님 못 말려하는 표정이다.
엄마는 나이가 들어간다.
아줌마에서 허리가 구부정해지다가 나중엔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된다.
아들은 한번 와 달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엄마를 만나러 간다.
엄마방에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들릴 듯 말 듯 막 노래를 시작하고 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하지만 그 뒤를 계속 이을 수가 없다.
엄마는 너무 나이가 많아 기운이 없어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아들은 엄마방으로 들어가 엄마를 감싸 안고 천천히 자장가를 불러준다.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노래를 하는 내 목소리가 떨린다.
아이들이 숙연해진다.
나도 눈물이 난다.
우리 반 에너지 가득 **가 눈물을 참는다.
“어머니는 어떻게 됐을까?”
“돌아가셨을 것 같아요.”
“아들 자장가를 듣고 잠드셨을 거예요.”
“행복하실 것 같아요.”
자기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한참을 창밖을 본다.
그리고 이제 갓 태어난 어린 딸을 안고 노래를 불러준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이야기 끝>
이야기 속 어머니의 자장가는 방황하는 아들과의 갈등을 사랑으로 연결해 결국엔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사랑의 표현은 자장가일 수도 있고 아이에게 건네는 미소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고 무한한 지지일 수도 있겠다. 나도 부모님의 사랑으로 자랐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랄 것이다.
우리 병아리들이 고사리 손으로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삐뚤 삐뚤 감사 편지를 쓰고 카네이션을 접고 붙였다.
그 어느 때 보다 진심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어버이날 아이들의 진심이 꼭 전달되리라 믿는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건강하고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길
오늘도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영원한 지킴이이신 부모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아이들과 행복한 나날 되시길~~
PS. ‘어린이날’ 선생님 선물꾸러미를 받아 든 녀석들
“선생님 사랑해요.”라며 나를 마구마구 안아준다.
여덟 살은 선물로 사랑을 확인하는
나이다.
준비 안 했음 큰일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