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뭐 먹고 그렇게 키가 컸어?”
전학 온 **에게 궁금한 것 물어보라 했더니 질문이 아주 다양하다.
“우유를 집에서 두세 잔은 먹어.”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김치랑 고기 좋아해.”
“젤 아끼는 물건이 있어?”
“책을 좋아해.”
낯선 친구와 학교에 힘들 수도 있으니까 도와주라는 말에 대답이 우렁차다.
화장실 가면서 서로 키를 재보기도 하고 말을 걸어주기도 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림책 ‘우리는 친구’를 읽어주며 월요일 아침을 열어본다.
동물원에서 친구가 없던 고릴라에게
어느 날 고양이 ‘예쁜이’가 친구가 된다.
항상 함께 하는 행복한 친구였던 둘에게 위기가 닥친다.
고릴라가 폭력적인 영화를 보다가 화가 나서 텔레비전을 부순다.
둘이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왜 사람들이 고릴라와 고양이를 떼어놓으려고 할까?”
“고릴라가 고양이를 때릴까 봐요.”
“맞아. 고릴라 눈을 좀 보렴. 어때?”
“슬퍼 보여요.” “후회하고 있어요.”
베스트 프렌드였던 둘이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고양이 ‘예쁜이’는 동물원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제가 텔레비전을 부수었어요.”
고릴라의 행동을 대신 뒤집어쓰려 한다.
순간 동물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둘은 헤어졌을까?”
“네. 고릴라가 감옥 갔을 것 같아요.”
“아뇨. 그냥 용서해줬을 것 같아요.”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면서
착한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해준다.
내친김에 고릴라처럼 몸짓으로 말하는 게임을 해본다.
몇몇이 당당히 앞으로 나왔지만 어떻게 몸으로 낱말을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그런데도 손짓만 가지고도 원숭이도 맞추고 다람쥐도 맞춘다.
고릴라 발자국 손뼉 치기 게임도 해보고,
‘예쁜아 가자’ 가위바위보 게임도 한다.
무용시간엔 강사 선생님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지켜보는 내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무용 수업 열심히 한 것 같니? 선생님이 꿀을 붙여줄까 꿀을 뗄까?”
몇몇 친구가 작은 소리로 말한다.
“뗄 것 같아요.”
“왜?”
“무용 선생님 말을 안 들었어요.”
“맞아. 선생님이 엄청 속상하셨을 거야. 재미없다고 하기 싫다며 ‘참여’ 안 한 친구가 여럿 있었거든.”
“어떤 꿀을 뗄까?”
“참여 꿀요.”
“노력 꿀요.”
“성실 꿀요.”
순식간에 꿀이 세 개나 떼지니 탄식이 터져 나온다.
본격적인 자음 공부에 들어갔다. 성질 급한 아이들이 순식간에 글자를 휙휙 쓴다.
극약처방?을 내려본다. 글자가 이쁘면 하트를 그려주고 젤리를 주겠다고.
마법처럼 글자가 반듯반듯해진다. 하트를 일일이 그려주고 또 젤리를 나눠주느라 힘이 두배는 들지만 그래도 글씨만 반듯하게 써준다면야 이 정도의 수고로움 쯤이야.
여덟 살 같은 나이지만 아이들의 발달 정도는 엄청나게 다르다. 많게는 10~11개월의 차이가 나니 그럴 만도 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챙겨야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말도 행동도 야무진 아이도 있다. 무심코 던진 친구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집에 가서 펑펑 우는 여린 아이도 있다. 아직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또 친구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자라지 않아서다.
국어, 수학 이런 공부도 중요하지만 급한 공부부터 해보기로 한다.
“오늘은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보자.
친구의 말과 행동에 내가 속상할 때, 상처를 받았을 때는
우리 아이스크림 ‘행감바’를 먹자.”
“행감바요?”
“응. 행감바는 친구의 행동에 감정을 표현하고 바라는 바를 얘기해보는 거야.”
요렇게 연습해보자.
“네가 소리를 질러서(행동) 무서웠어(감정). 다음부터는 예쁘게 말해주면 좋겠어(바라는 것).”
그리고 잘못한 친구는 ‘인사 약’을 먹자.
“내가 소리 질러서 무서웠구나(인정). 미안해(사과). 다음부터는 친절하게 말할게(약속).”
책꽂이 앞에서 **가 $$를 모르고 치고 간다.
화난 $$가 “아이 짜증 나!!”소리를 친다.
**는 뒤돌아 보며 멀뚱이 그냥 자기 자리로 간다.
둘을 불러내어 연습해본다.
‘아이 짜증 나’ 대신!
“네가 방금 내 어깨를 책으로 치고 갔잖아. 사과도 안 하고 가니까 화가 나. 사과해 줄 수 있어?”
그냥 쳐다만 보는 대신!
“좁아서 내 책이 너 어깨를 친 것 같아. 미안해.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
첫술에 배 안 부르겠지만 꾸준히 연습하자.
수학 시간 여러 가지 모양 총정리 활동에 들어갔다.
두 팀으로 나눠 모양 보물 찾기도 해 보고 높이 쌓기 대회, 마을 꾸미기도 했다.
아직도 함께 같이 하는 게 어려운 아이들이 꽤 있다.
혼자 하려고만 한다.
이건 친구랑 함께 이야기하며 의견 나눠가며 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자꾸만 혼자 한다.
같이 어울려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아직은 힘든가 보다.
“선생님~~~”
하교했다 다시 교실로 뛰어온 **.
손엔 실뜨기가 걸쳐있다.
한 단계 해주니 다음엔 어찌하는 줄 모른단다.
“선생님이 사랑하는 **야, 집에서 더 연습해와.”
실을 손에 들고 또 달려간다.
“선생님~”
이번엔 **가 교실로 뛰어온다.
“저도 키 크고 싶어요. 전학 온 **처럼 우유 먹기로 했어요.
3잔보다 더 많이 5잔 먹을 거예요.”
“사랑하는 **야, 그 마음 꼭 지키렴.”
후다닥 교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만 드세요.”
아침에 **가 내민 아폴로 두 개.
입에 넣고 쭉 빤다. 달콤하다.
지지고 볶는 일상이지만 이렇게 매일 아이들과 지내는 소소함이 축복같이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