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가 제 이름을 엉뚱하게 불렀어요. 기분 나빠요. 사과받고 싶어요.”
월요일 등굣길에 **가 속상한 마음을 전한다.
자기감정을 잘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니 이런 일도 생긴다.
가만히 얘기해본다.
“반가운 마음에 이름 불러줬는데 그 친구가 너 이름을 다른 친구 이름과 헷갈렸나 봐. 아직도 너 이름 모르는 것 같아서 속상하구나.
그런데 말이야, 그 친구 지금 너한테 무지 미안할 것 같은데...
그래도 사과받고 싶니?”
가만히 듣고 있다. 그리고는 그냥 들어간다.
내 감정이 우선인 1학년.
아직 다른 친구 감정까지 생각하기엔 무리인가 보다.
“선생님 **가 뒤돌아보면서 ‘꺼져’라고 했어요.”
한 학기 내내 문제 해결 방법을 가르쳐줬는데 아직도 어렵다.
두 아이를 불렀다.
“하고 싶은 말을 친구에게 해보렴.”
-네가 뒤돌아 보면서 나한테 ‘꺼져’라고 그랬잖아.
-난 그런 적 없는데.
-네가 분명 뒤돌아보면서 ‘꺼져’라고 그랬거든.
-난 안 그랬다고.
-난 분명히 들었어.
-애들이 떠들어서 네가 잘못 들었겠지.
둘 다 보통이 아니다.
(기 센 두 아이 사이서 보다 못한 선생님 개입)
“이렇게 얘기하면 해결이 안돼. 기분 나쁜 채로 대화가 끝나. 다시 해보자.”
‘행감바’ 표시를 보여준다.
-네가 뒤돌아보면서 나한테 ‘꺼져’라고 그래서 내가 기분이 나빠. 사과했으면 좋겠어.
-난 너한테 ‘꺼져’라고 한 적이 없는데.
-네가 뒤는 돌아봤잖아.
-뒤돌아본 건 맞지만 ‘꺼져’라고는 안 했어.
(다시 선생님 개입)
“**야, 다르게 얘기해봐. 확인된 걸 가지고 너 감정을 얘기하고 친구 사과를 요구해.”
-네가 뒤돌아보면서 얘기해서 나한테 ‘꺼져’라고 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기분이 엄청 나빴어. 다음부터는 뒤돌아보면서 그런 비슷한 말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찰떡같이 내 말을 알아들었다.
맞은편 아이에게 ‘인사약’ 표시를 보여준다.)
-뒤돌아 보면서 비슷한 말을 했다니 미안해. 다음부터는 뒤돌아보면서 얘기할 때 조심할게.
점심시간 여러 학년이 모이는 식당에서는 나도 모르게 엄해진다.
여러 번 주의를 줬는데도
밥안먹고 계속 장난치고 소곤거리던 **,
된통 혼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은 ^^가 속삭인다.
“선생님, ** 우는 것 같아요.”
일어서서 보니 진짜 눈이 빨갛다.
많이 서운하고 속상했나 보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본다.
“**아. 밥 많이 먹어. 선생님이 **이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보통은 이 정도의 멘트면 마음이 풀어지는데
여전히 표정이 굳어있다.
수업 끝나고
따로 불러서 안아줬다.
아이가 빙긋이 날 쳐다보고 웃는다.
받아쓰기 11-12급 연습시간.
“선생님도 글씨 쓰기 연습하세요.”
“왜? 난 글씨 다 알아.”
“저도 다 아는데 쓴다고요.”
“난 어렸을 적에 너희들보다 더 많이 썼어.”
“그래도 쓰세요. 그래야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요.”
헐...
수박 만들 때도 부채 만들 때도 자기들처럼 똑같이 만들라고 한다.
“선생님은 돌아다니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들 도와주고 싶어.”
“안 도와줘도 돼요. 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편하게 보기만 하면 약 올라요.
선생님이 만드는 거 보면서 우리가 잘할게요.”
아이고야...
“너희들 어쩜 이렇게 말을 잘하니? 선생님이 못 당하겠다.”
“헤헤헤”
둘째가라면 서러울 똥 손 선생님.
어설픈 작품 만들어도 감탄사 연발.
1학년 교사할 맛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