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관계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던 날들을 되돌아본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읍내로 전학을 갔다.
어리바리한 전학생에게 제일 먼저 다가와 준 연정이.
연정이는 늘 옷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우린 자연스럽게 단짝이 되었는데
중3이 되고 반이 바뀌자 멀어졌다.
그 친구가 다른 아이와 붙어 다니기 시작했고
배신감에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나도 보란 듯이 다른 아이와 붙어 다녔다.
평생 친구하자는 손가락 맹세까지 했던 우리였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그냥 물 흐르듯이 그렇게 됐다.
친구 열병은 고2 때 정점을 찍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미진이라는 친구가 이유 없이 싫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도 그 아이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
하얀 피부에 큰 키, 그리고 까만 뿔테 안경.
지금 생각해 보니 원인은
열등감이 아니었나 싶다.
다가갈 용기는 없고 나의 지질함과 비겁함을
그 아이를 미워하면서 관계를 왜곡했다.
1학년 아이들도
친구 관계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
아직은 자존심, 열등감, 상처 뭐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의
경험치가 없는 단순한 인생이라
해결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스토리텔러. 아이들에게 뭔가 가르쳐주고 싶을 때 늘 동원하는 나의 방법.
옛 경험을 각색해서 들려주는 선생님 이야기.
절친과 사소한 오해로 틀어졌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평생 1번 친구가 되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이야기 속 연정이와 미진이는 평생 절친이 된다.
나만의 옛 상처를 들여다보며 호호 불어주는 방법이다.)
꿀 한판 다 모아서 드디어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평소 데면데면한 **와 **를 불렀다.
“너희들에게 특별한 미션을 줄게.
둘이서 꼭 함께 해결해야 해.
채움반(특수반) 가서
**데리고 일단 교실로 가는 거야.
그리고 ** 신발주머니 가지고
운동장으로 오는 거야.
** 넘어지지 않게 손 잘 잡아줘야 해.
둘이 힘을 합쳐서 잘할 수 있을까?”
“네. 해볼게요.”
서먹서먹해하던 둘은 미션을 받아 들고 나선다.
한참을 지나 운동장에 나타난 세 사람.
친구들이 와~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1교시에 만든 태극기 바람개비를 들고 한바탕 뛰어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얼음 땡’ 놀이를 하고
나뭇가지로 그림도 그려보고 글씨도 써본다.
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요?”
“놀 때는 시간이 짧아요.”
부쩍 가까워진 듯 보이는 **와 **.
늘 툭탁거리는 &&와 %%에겐 점심시간 둘만의 미션을 줬다.
헥헥 거리며 식당으로 다시 온다.
“선생님, 성공했어요.”
나란히 참새처럼 합창한다.
“서로 도와가며 했지?”
“네~”
아이들 그림일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
작은 소재로도 재밌게 쓴 아이들이 많다.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배운 것을 활용해 흉내 내는 말을 써보고
문장부호도 제법 잘 넣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하나하나 읽어주는 이 시간을 우리 반 아이들은
늘 기다린다.
친구들의 일기를 보며 배우는 게 더 많다.
몇 달 새 진짜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
“선생님, 저 일기 처음 썼을 때 딱 세 줄 썼어요.”
여름 방학 전에 썼던 첫 장을 보여주며 웃는다.
“선생님 저도 처음엔
학교 왔다. 공부했다. 학원 갔다. 집에 갔다. 밥 먹었다.
이렇게 썼어요. 여기 봐요.”
자기 일기장을 넘겨가며 깔깔 웃는다.
그래 너희들 많이 자랐어.
키만큼 몸집만큼 마음도 많이 컸다.
가방 메고 하교했던 **가 다시 교실로 뛰어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와서는 귓속말을 한다.
“사랑해요!”
다음날.
또 뛰어들어온다.
귀에다 소곤거린다.
“선생님 메롱!”
어머 이 녀석,
선생 맘을 제대로 갖고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