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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 Dec 03. 2024

진짜 미션은 화해!

친구관계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던 날들을 되돌아본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읍내로 전학을 갔다.

어리바리한 전학생에게 제일 먼저 다가와 준 연정이.

연정이는 늘 옷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우린 자연스럽게 단짝이 되었는데

중3이 되고 반이 바뀌자 멀어졌다.

그 친구가 다른 아이와 붙어 다니기 시작했고

배신감에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나도 보란 듯이 다른 아이와 붙어 다녔다.

평생 친구하자는 손가락 맹세까지 했던 우리였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그냥 물 흐르듯이 그렇게 됐다.  


친구 열병은 고2 때 정점을 찍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미진이라는 친구가 이유 없이 싫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도 그 아이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

하얀 피부에 큰 키, 그리고 까만 뿔테 안경.

지금 생각해 보니 원인은

열등감이 아니었나 싶다.

다가갈 용기는 없고 나의 지질함과 비겁함을

그 아이를  미워하면서 관계를 왜곡했다. 


1학년 아이들도

친구 관계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

아직은 자존심, 열등감, 상처 뭐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의

경험치가 없는 단순한 인생이라

해결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스토리텔러. 아이들에게 뭔가 가르쳐주고 싶을 때 늘 동원하는 나의 방법.

옛 경험을 각색해서 들려주는 선생님 이야기.

절친과 사소한 오해로 틀어졌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평생 1번 친구가 되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이야기 속 연정이와 미진이는 평생 절친이 된다. 

나만의 옛 상처를 들여다보며 호호 불어주는 방법이다.) 


꿀 한판 다 모아서 드디어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평소 데면데면한 **와 **를 불렀다.

“너희들에게 특별한 미션을 줄게. 

둘이서 꼭 함께 해결해야 해. 

채움반(특수반) 가서

**데리고 일단 교실로 가는 거야.

그리고 ** 신발주머니 가지고

운동장으로 오는 거야.

** 넘어지지 않게 손 잘 잡아줘야 해.

둘이 힘을 합쳐서 잘할 수 있을까?”

“네. 해볼게요.”

서먹서먹해하던 둘은 미션을 받아 들고 나선다.

한참을 지나 운동장에 나타난 세 사람.

친구들이 와~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1교시에 만든 태극기 바람개비를 들고 한바탕 뛰어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얼음 땡’ 놀이를 하고 

나뭇가지로 그림도 그려보고 글씨도 써본다. 

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요?”

“놀 때는 시간이 짧아요.”

 부쩍 가까워진 듯 보이는 **와 **. 

늘 툭탁거리는 &&와 %%에겐 점심시간 둘만의 미션을 줬다.

헥헥 거리며 식당으로 다시 온다. 

“선생님, 성공했어요.”

나란히 참새처럼 합창한다.

“서로 도와가며 했지?”

“네~” 


아이들 그림일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

작은 소재로도 재밌게 쓴 아이들이 많다.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배운 것을 활용해 흉내 내는 말을 써보고

문장부호도 제법 잘 넣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아이도 있다.

하나하나 읽어주는 이 시간을 우리 반 아이들은

늘 기다린다.

친구들의 일기를 보며 배우는 게 더 많다.

몇 달 새 진짜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

“선생님, 저 일기 처음 썼을 때 딱 세 줄 썼어요.”

여름 방학 전에 썼던 첫 장을 보여주며 웃는다.

“선생님 저도 처음엔

학교 왔다. 공부했다. 학원 갔다. 집에 갔다. 밥 먹었다.

이렇게 썼어요. 여기 봐요.”

자기 일기장을 넘겨가며 깔깔 웃는다.

그래 너희들 많이 자랐어.

키만큼 몸집만큼 마음도 많이 컸다. 

가방 메고 하교했던 **가 다시 교실로 뛰어들어온다.

가까이 다가와서는 귓속말을 한다.

“사랑해요!”

다음날.

또 뛰어들어온다.

귀에다 소곤거린다.

“선생님 메롱!”

어머 이 녀석,

선생 맘을 제대로 갖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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